약속만으로 끝난 부국들의 잔치-IMF총회결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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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금년 IMF 연차 총회도 역시 「회의 부결」로 끝났다. 당초 예상대로다. 국제 통화체제 개혁과 IMF「코터」조정에 있어 다소의 합의는 이루어졌으나 핵심 문제는 76년1월 「자메이카」에서 열릴 제5차 잠정위로 넘겨졌다. 세계적 불황을 타개하기 위한 공동대책은 합의되지 못했다. 경기 회복의 선도적 역할을 해야할 미국·일본·서독이 「인플레」재연을 내세워 적극적인 회복책을 쓸것을 거절했기 때문이다. 개회 벽두「비데펜」 IMF전무이사는 세계경기가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다고 지적하고 국제회의에서는 드물게 미국·서독·일본 3개국의 이름을 들어 설비투자 확대·교역 증진 등 경기 유발적 정책을 쓰도록 요구했다. 「비테펜」의 요구는 세계의 여론을 대변한 것이었다.
이러한 압력에 대해 미국은 「인플레」의 위험이 아직 상존하고 있으므로 미국은 적극적인 확대 정책을 쓰지 않을 것이며 각국은 독자적인 불황 타개책을 써야할 것이라고 응수했다.
서독과 일본도 소극적인 반응을 보였다. 미·일·서독의 소극적인 자세는 가뜩이나 회복이 늦어지고 있는 세계 경기 전망을 더욱 어둡게 하고있다.
IMF「코터」와 국제 통화 개혁 문제는 총회 직전에 열린 4차 잠정 위에서 부분적인 타결이 이루어졌다.
즉 「코터」문제는 IMF층「코터」를 현 2백92억 SDR(1SDR는 l·25$)에서 3백90억SDR로 32·5% 증액시키되 최대「코터」국인 미국을 현 22·95%에서 21·55%로 낮추는 대신 산유국과 서독·「벨기에」·일본의 것을 높이기로 했다.
미국은 이제까지 IMF의 모든 결정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코터」를 보유해왔는데 이번 「코터」비중은 다소 낮아졌으나 거부권은 계속 갖게 되었다. IMF의 중요사항의 의결은 80%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한다.
미국 등 주요국의 「코터」가 일단 결정되었으므로 나머지는 쉽게 결말이 날 것이다.
국제통화 개혁은 금 문제와 환율제도가 핵심인데 이것도 어느 정도 윤곽이 드러났다. 즉 종래 금 역할의 축소엔 합의했으면서도 IMF 보유금의 처리를 둘러싸고 심한 차이를 보였던 미·불이 IMF 보유금의 6분의1을 시장에 말아 개발 도상국을 지원하기 위한 신탁기금(약25∼30억「달러」)재원으로 쓰고(미국안) 6분의1은 공정가로 회원국에 반환(프랑스안)키로 함으로써 미·불안이 절충되었다 신탁기금의 발족시기·구체적인 사용방안·융자조건 마련 등은 「조속히」라는 단서를 붙여 IMF사무국에 위임되었다. IMF보유금을 공정가 아닌 시장가로 팔려면 IMF협정 개정이라는 기술적인 난관이 있으나 미·서독 등은 협정 개정 전에 신탁 기금을 먼저 발족시키자는 움직임이다. 개발 도상국의 거센 압력과 반발을 다소나마 무마하기 위해서다.
또 중앙은행항의 금 거래문제는 미·불의 주장을 절충, 각국의 중앙은행들이 사고 팔 수 있게 하되 각 중앙은행의 총 보유량을 현재보다 증액하지 않으며 중앙은행의 금 매각 실황을 반년마다 IMF등에 통보하고 이 협정을 2년마다 재검토기로 합의했다.
환율제도에서고 각국의 자유로운 선택(미국)과 고정으로의 조속한 복귀가 대립되었으나 현재 변동 환율제가 대다수의 국가에서 실시되고 있고 뚜렷한 대안이 없으므로 미국안대로 현 변동제를 지속시키되 여기에 「룰」을 만들자는 방안으로 기울고 있다. 국제통화 개혁에 대해선 각국의 입장이 확연히 드러난 이상 시일을 두고 좀더 절충하여 내년 「자메이카」 잠정위에서 금·환율·「코터」문제가 일괄 타결될 가능성이 짙다.
개발 도상국 지원 문제는 설치가 합의된 신탁기금 외에 개도국의 기상에 IMF가 보증하는 방안, 세은안에 제3창구를 신설하는 방안, 완충재고금융 및 이자보전을 하는 방안을 계속 검토키로 했다. 부국에 대한 요구는 많았지만 막상 얻어낸 것은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약속 정도다.
「맥나마라」세은 총재가 세은 재원의 고갈을 경고하고 개도국들이 다투어 선진국의 원조확대를 촉구했지만 어느 나라로부터도 알맹이 있는 약속을 얻어내지 못했다. IMF총회에서 개도국의 거센 요구는 으례 대답없는 메아리로 끝나는 것이 상례지만 「오일·쇼크」후 선진국들은 자국 방위 때문에 더욱 냉담해 지고 있다. 금년도 역시 IMF총회는 부국들의 잔치로 끝났다. <최우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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