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안내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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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하녀구함. 근무 시간 면담. 연락처 「버킹검」궁전』-. 몇달 전에 이런 광고가 「런던」의 「이브닝·뉴스」지에 게재되었다.
새삼스런 일은 아니다. 영국 궁내청에서는 가끔 이런 구인 광고를 내왔던 것이다. 그러니까 「런던」의 시민들도 별로 놀라지는 않는다.
「버킹검」궁전에는 6백 개가 넘는 방들이 있다. 그러니까 청소부도 늘 부족하다. 물론 여왕 가족은 그 중에서 5, 6실밖엔 쓰지 않는다. 나머지는 모두 궁내청의 집무실과 미술관들이다. 그래도 광고가 나올 때마다 응모자들이 몰려든다. 대우가 좋아서가 아니라 호기심에서다. 그러니까 길어도 한두달 후면 그만두는 여성들이 많다는 얘기다.
서양에서는 입주해서 사는 하녀를 구하는 집안이란 거의 없다. 대개가 시간제로 일해 주는 가정부나 소제부들을 쓴다. 이런 여성들을 알선해 주는 직업소개소가 서양에도 많다. 「버컹검」궁전처럼 직접 신문에 구인 광고를 내는 일은 극히 드물다.
절차도 우리네 직업 소개소와 거의 비슷하다. 다만 공설 직업소개소가 많은 서양에서는 수수료가 극히 적다.
또 하나 다른 것은 서양에서는 사람을 쓰거나 알선할 때 제일 중요시하는 것이 추천서라는 사실이다. 만약에 먼저 근무한 곳의 추천서가 없으면 취직은 매우 어렵게 된다. 믿을 수 있는 인물이 못 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서양에서는 직업소개소 자체가 어느 정도 보증인이 되어 주기도 한다. 신원을 보증할 수 없는 사람인 경우에는 그렇다는 단서를 붙여서 직업을 알선한다. 따라서 공신력도 그만큼 크다. 영리가 아니라 사회 사업의 뜻이 더 강한 만큼 당연한 일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에서는 실업을 구제의 뜻보다는 영리를 앞세우는 직업 소개소가 적지 않은 듯 하다. 따라서 수수료도 비싸다. 먼지 가입금 얼마를 내고 취직이 된 다음에는 또 양쪽에서 소개료를 받는 것이 보통이다.
물론, 신원확인의 의무를 느끼지도 않는다. 알선한 사람에 대한 책임도 일체 없다.
이렇게 절차가 간단하니까 문전에는 늘 구직자가 붐빈다. 그들이 주로 다루는 것도 가정부와 접대부들이다.
이러한 직업안내소가 서울만도 유허·무허가를 합쳐 3백개소나 된다. 대부분의 가정부와 접대부들은 이곳을 거쳐 오늘은 이 직장, 내일은 저 가정으로 떠돌아다닌다.
직업 안내소에서는 이들이 자주 일자리를 옮기는 것을 오히려 환영한다. 그만큼 소개료가 자주 들어오기 때문이다. 이들의 명칭이 서양처럼 취업알선소(Employ-ment Agency)가 아니라 단순한 안내소로 되어 있는 때문인가 보다.
이런 안내소를 거쳐 저도 모르게 윤락의 길로 빠지는 여성도 많다. 최근에 잇달아 끔찍한 사건들을 일으킨 가정부들도 대부분이 이런 안내소를 거쳤다. 뒤늦은 감이 있으나 책임을 밝혀야 할 계제가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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