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일본 각계의 반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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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김일성과 우도궁덕마와의 면담 내용은 이제까지 북괴가 주장해온 것을 되풀이한 것이었으나, 북괴를 정확히 모르는 인사들과 한반도 문제에 무관심했던 사람들에게는 일단 귀가 솔깃하게 느껴지게끔 꾸며져 있다. 특히 그 내용은 김일성이 일본의 여론을 의식하여 대일 유연 정책을 시사한 것이며 우도궁이 의도적으로 북괴를 선전하기 위해 대화를 유도한 흔적이 역력했다. 일본 양자 신문은 이들간의 면담 내용을 연재한 후 일본 각계 인사 7명의 견해를 취급했는데 그 반응은 다음과 같이 나타났다.
▲판본삼십차(자민당 외교부회장)=남북한 문제에 관한 김일성의 견해 표명은 환영 할만 하다.
그러나 긴장완화나 평화적 통일에 관해서는 한국을 빼놓고서 진전이 있을 수 없다. 한국을 젖혀놓고 미국과 대화를 하겠다고 해서 미국이 응하지도 않을 것이며 일본 역시 동조하지 않을 것이다.
▲유전희일(자민당 안전보장 조사회장)=새로운 것이라고는 김일성의 『남쪽의 공산화는 결코 바라지 않는다』는 발언인데 「주의」가 서로 다른 물과 기름이 도대체 어떻게 일체로서 통일이 되어질 수 있겠는가?
이러한 모순에 답변하는 구체적인 방안을 김일성이 제시하지 않았다는 점에 주목해야 하고 아울러 거기에는 어떤 진의가 숨어 있는지 의심스럽기 짝이 없다.
김일성이 진정으로 평화를 원한다면 『남한의 현 당국과는 안 되겠다』하는 태도가 우선 틀려먹었다.
▲소판선태낭(전 외상)=우도궁의 노력은 그런대로 평가할 만하다 하겠으나 김일성 발언의 진의는 액면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는 면이 많다.
평화통일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그 방법이 문제다. 미·조(북괴) 평화 협정도 미국이 거부하는 이상 실현성이 없다.
박정희 대통령의 불가침 조약 제안을 비현실적이라고 하지만 현상을 먼저 고정시키는 것이야말로 장차의 통일에의 가장 현실적인 첩경이다.
또 김일성이 『남한의 현 당국과는 대화하지 않겠다』고 하는 것은 도전적이다.
▲천기관치(사회당 국제국장)=김일성의 한반도 문제에 대한 사고방식이 솔직히 나와있다. 사회당 대표단과의 회담에서도 남침은 생각지 않고 다고 강조했었다. 편견 없이 이 발언을 솔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또 미국과의 평화 협정제안도 당연한 것으로 안다. 이것이야말로 한반도 평화에의 길이다. 삼목 내각의 미·일·한 군사 동맹 강화는 이것에 역행하는 것이다.
▲송본선명(공산당 외교 정책위원장)=현재 미국은 북으로부터의 위협을 구실로 한반도에서의 핵무기 사용을 공언하고 있으며 미·일·한의 군사일체화를 도모하고 있다.
김일성이 한반도의 자주 평화통일을 목표로 남침을 하지 않겠다고 강조한 것은 우리 당이 지적한대로다.
삼목 수상의 대 한반도 정책의 근본적 전환을 요구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이다.
▲도부일낭(공명당 외교위원장)=김일성은 미·조(북괴)평화협정 체결제안·남북 군축·남침의사 없다. 남쪽의 공산화는 원치 않는다는 등의 주목할만한 발언을 했다.
문제의 해결은 쌍방의 불신이나 대립을 증대시키지 않고 또 군사적 위협을 강조하지 않는데서 찾을 수 있다.
▲총본삼낭(민사당 서기장)=김일성의 기본적 사고방식·우도궁과의 회담 내용은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면 될 것이다.
단 반대당이 없는 북한과 같은 전체주의 국가의 경우는 언제 방침이 변경될는지 알 수 없고 또 지도자가 바뀌면 따라서 방침이 바뀌는 것에 불안이 있다. 그러므로 더욱 많은 사람들이 김일성과 접촉하여 북한의 사고 방식에 관해서 국민적 합의가 필요하다. <내외통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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