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괴의 심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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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사람들은 『차마 그럴 수가…?』하고 벌린 입을 다물 줄 모른다. 요즘 잇달아 일어난 어린이 유괴살해사건에 대한 일반의 반응이다. 부모의 심정이 아니라도, 피해자가 어린이고 보면 사회적인 충격이 큰 것은 당연하다.
우선 사람들은 아이들을 어떻게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을까하는 걱정들이 앞서는가 보다.
세태를 한탄하며 체념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아이들의 경계심을 일깨워주려는 부모들도 있다.
언젠가 일본의 한 대학 교수(품천불이랑·동경학예대)가 이런 조사를 한 일이 있었다. 「도오꾜」의 주택지에 사는 어린이 15명을 대상으로 무의식간에 모의 유괴를 시험해 본 것이다. 『자동차에 태워준다』는 말에 어떤 반응을 보여주는가를 그는 우선 조사해 보았다.
8명의 어린이는 분명하게 거절하는 태도를 보여 주었다. 그 태도가 똑똑치 않은 어린이는 3명. 탈까 말까 망설이는 어린이는 2명, 적극적으로 타겠다고 나선 어린이는 2명. 결국 완전유괴의 가능성을 보여준 어린이는 13.2%인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러나 충격적인 것은 적극적으로 유혹할 때 그것에 응할 잠재적인 가능성이 있는 어린이까지 합하면 그 확률은 무려 40%나 된다는 사실이다. 10명 중 4명은 유괴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재미있는 현상은 거절할 뜻을 분명히 표시한 어린이는 밝고, 그 태도도 똑똑하며, 친구의 뒷바라지도 잘해주는 성격을 갖고 있는 점이었다. 이럴까, 저럴까, 망설인 어린이는 운동신경이 둔하고, 비교적 고독형의 「타입」이고 지능도 낮았다.
그러나 적극적으로 『타겠다』고 나선 어린이는 의외의 성격을 갖고 있었다. 운동신경도 발달하고 필경『왜 그러세요?』하는 항의와 함께 거절하겠지 하는 예상을 뒤엎은 어린이였다
「도오꾜」의 어린이와 한국의 어린이는 어떻게 다를지 궁금하다.
생활환경이나 문명의 구조 또는 교육의 내용이 다른 상황에서 쉽게 공통점을 찾기는 어려울 것 같다. 그러나 유괴자의 그 범죄심리만은 비슷할 것 같다.
그 교수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집단에서 벗어나 독립화한 어린이, 겉으로 보기에는 집단 속에 있는 것 같지만, 사실은 혼자 떠도는 어린이, 타인의 관심을 자아내지 못하는 어린이들은 유괴범의 친선에 되기 쉽다는 것이다.
결국 타인의 무관심, 타인에의 무관심에서 벗어나 어떤 계기로든 관심과 의식을 집중시킬 수 있는 훈련이 중요할 것 같다. 사실 그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일 것 같다.
물론 문제는 이런 훈련의 유무 따위에 있지는 않다. 사회의 무관심이 무엇보다도 큰 범죄의 동기를 제공해주는 것은 아닐까. 바람직하기로는 어린이를 사랑하는 가정의 분위기가 문밖의 사회에서도 풍길 때 유괴와 같은 일은 없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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