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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마」회의와 한국의 입장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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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한국의 비동맹 「그룹」가입신청은 당장의 성패에 관계없이 우리의 대비동맹 적극외교의 한 기점을 형성한다.
좌경·반미색채가 강한 비 동맹권은 북괴에 비해 우리외교의 불모지대였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76개 비동맹국가중 한국과의 수교국이 43개국인데 비해 북괴와는 55개국이 국교를 맺고 있다. 작년 「유엔」총회의 한국문제 표결에 있어서도 서방측 결의안에는 15개국이 찬성한 반면 공산 측 결의안에는 36개국이 찬성했다.
이러한 상황을 감안할 때 「리마」의 비동맹 외상회의가 한국의 요청대로 남북한의 비동맹가입에 관해 동등한 취급을 하도록 하는 문제는 결코 쉬운 싸움이 아니다.
더욱 어려운 사정은 최근 한국의 「유엔」가입재심요구와 얽혀 거부된 남북 월남의 「유엔」가입문제로 인해 가중되었다. 비동맹회의 참가 자격은 대체로 비동맹·중립·자주외교정책을 추구하고 식민지 해방운동을 적극 지원하며 미·소 등 강대국과 군사동맹을 맺지 않고 외군 기지를 제공치 않는 나라로 되어있다.
남북한의 경우는 각기 미국 및 소·중공과 방위조약을 맺고 있는 만큼 모두 어느 정도 문제가 있다.
따라서 동맹문제가 비동맹 가입에 공통적인 장애는 될지언정 남북한을 차별할 이유는 되지 못한다.
오히려 북괴야말로 비동맹의 「트레이드·마크」인 중립 민족주의를 한때 『「부르좌」민족주의』로 혹평해온 터다. 그러던 북괴가 70년대에 들어서 비동맹에 추파를 던지고 스스로 그 일원을 자처하고 있는 것은 전략적 술책에 불과하다. 북괴의 경직된 극좌교조주의와 비동맹의 민족주의와는 기본적으로 일치할 수가 없는 성질이다.
그리고 일부 비동맹국가들은 한반도사정을 「알제리」 「인도차이나」또는 「앙골라」를 보는 기준에서 보려는 것 같다. 그러나 이야말로 큰 착각이다. 2차대전 후 식민지 통치에서 벗어나 정당한 절차를 밟아 탄생한 정부의 정통성은 대한민국에 있는 것이다.
사정이 이러한 만큼 우리의 비동맹가입신청은 시간적으로 약간 뒤지기는 했으나 북괴의 가입신청에 비해 훨씬 정당하고 자연스럽다. 그러므로 우방들이 친공 국가가 주도하는 회의「무드」에 밀려 한국가입 문제에 적극성을 발휘하지 못한다면 역사에 여한이 될 것이다.
경제발전 단계나 역사로 보아 우리는 제3세계의 일원일 수밖에 없다. 앞으로 비동맹 제3세계와의 관계개선은「유엔」대책을 위해서 뿐 아니라 대원·통상·경제협력 등 실질관계를 위해서도 긴요하다.
제3세계를 도외시한 한국외교의 진로개척은 세월이 갈수록 생각조차 하기 어려워질 것이다.
비동맹외상회의의 결과는 30차 「유엔」총회의 한국문제 토의에 당장 영향을 미칠 것이 틀림없다.
만약 우리가 추구하던 비동맹가입의 남북한 동등대우가 실현되면 비동맹 권에서의 북한 우위는 상당히 흔들릴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북한만의 가입이 실현되는 경우 우리가 「유엔」에서 입을 타격은 실질적이기보다는 정신적이다.
실질적으로는 더 손해 볼 것이 없기 때문이다. 어차피 73년 한국문제에 관해 북괴 지지결의를 한 「알제리」비동맹정상회담 이후에도 「유엔」총회는 서방측 결의안을 채택했던 것이다.
이번 「리마」외상회의에서의 승패를 비동맹외교의 승패가 결말난 것으로 판단해선 안되겠다. 진정한 의미의 대비동맹외교는 이제부터다.
친한 비 동맹국가의 적극성을 유도하면서 반한 비동맹권과의 동질성을 개발하는 외교노력을 강화하는 전기로 삼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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