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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통신사' 행렬 6곳서 재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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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지난해 6월 5일 부산에서는 사물놀이패와 취주악대의 연주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조선시대 선비와 관헌 복장을 한 1천여명의 행렬이 광복로 거리를 메웠다. 한·일 월드컵 공동개최를 기념해 4백년 전 조선과 일본의 교류 사절단이었던 조선통신사(朝鮮通信使)행렬을 되살린 행사였다.

지난해 부산에서 처음으로 열린 조선통신사 행렬 재현이 올해부터 전국 행사로 확대된다.

조선통신사추진위원회(위원장 강남주 부경대 총장)는 24일 조선시대 조선통신사가 지나갔던 서울∼부산의 주요 지역과 협의해 행렬 재현 행사를 열기로 했다고 밝혔다.

강 위원장은 “조선통신사 행렬 재현을 21세기 한·일 민간 문화교류를 위한 핵심사업으로 추진하고 문화관광 상품화하기 위해 전국단위 행사로 기획했다”고 말했다.

추진위에는 출항지인 부산을 비롯해 서울·용인·충주·문경·안동·예천·의성·밀양·경주·양산 등 11개 지역이 참가한다. 이 중에서 추진위는 올해엔 부산·서울·충주·안동·밀양·경주 등 6개 지역을 선정해 오는 9∼10월에 재현 행사를 열고 내년에는 개최 지역을 더 늘릴 계획이다.

조선통신사가 일본으로 떠나고 돌아오던 지점이었던 부산은 10월에 통신사의 무사안녕을 기원하는 해신제(海神際)와 행렬을 재현하는 것을 비롯해 한·일 전통문화박람회, 조선통신사 유물전, 조선통신사 학술심포지엄 등 다채로운 행사를 선보인다. 이에 앞서 7월에는 광안리해수욕장에서 일본이 조선 조정에 통신사의 파견을 요청하는 ‘조선통신사 파견 요청’행사도 펼쳐진다.

조선통신사의 국내 출발지였던 서울에선 9월에 창경궁 명정전에서 조선통신사 임명식 행사에 이어 창경궁∼대학로 2.5㎞ 구간에서 통신사 행렬이 재현된다.

충주·안동·밀양은 9월 초 충주우륵문화제·안동국제탈춤축제·사명대사 평양성 탈환 재현행사 등 해당 지역의 전통 문화행사와 연계해 행렬을 재현할 계획이다.

밀양은 행렬 재현 때 승려·외교가로서뿐만아니라 장수로서도 뛰어났던 사명대사를 재조명하는 국제학술세미나도 연다. 사명대사는 1604년 사신으로 일본에 가서 전란 때 잡혀간 3천여명의 동포를 데리고 오는 외교적 성과를 거둬 조선통신사가 일본에 갈 수 있는 길을 닦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조선은 이를 계기로 3년 뒤 조선통신사를 일본에 파견했다.

경주는 8월의 경주엑스포나 10월로 예정된 신라문화제 행사에 맞춰 통신사 행렬을 재현할 계획이다. 허장수 조선통신사 행사실행팀장은 “통신사 행렬 재현에는 2백∼1천명의 인원이 참가한다. 행렬은 취타대·정사·부사·종사관·문화예술단으로 구성된다”고 말했다.

추진위는 통신사 재현 행사와는 별도로 5∼8월 한국과 일본의 조선통신사 행차 지역을 탐방해 통신사 관련 영상자료를 만드는 한편 학술지도 펴낼 예정이다.

일본에서도 조선통신사 행사가 열린다. 일본에선 조선통신사가 지나갔던 지역의 행정기관 21개, 조선통신사 관련 민간단체 9개 등이 1996년 ‘조선통신사 연고지 연락협의회’를 만들어 해마다 번갈아 가며 ‘조선통신사 대회’를 열어 왔다. 올해는 8월 대마도 이즈하라, 11월 혼슈 우시마도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조선통신사의 일본 입국지였던 대마도는 해마다 통신사 행렬을 재현하고 있다.

◇조선통신사=임진왜란·정유재란이 끝난 뒤 양국의 국교 회복과 함께 시작돼 17∼18세기 한·일간 평화를 유지하는 역할을 했던 외교·문화사절단이었다.

조선 조정이 1607∼1811년 모두 12회에 걸쳐 일본의 도쿠가와(德川)막부에 파견한 조선통신사는 수행원이 5백명이나 돼 당시 동북아시아 최대의 외교·문화 이벤트로 평가받고 있다. 통신사 일행은 부산항을 출발해 대마도에 도착한 뒤 대마도 영주의 안내로 당시 일본 수도였던 에도(江戶·현 도쿄)로 행차했다. 5∼8개월의 일정 동안 경유지의 영주·문인·학자들로부터 열렬한 환영을 받았다.

조선은 초기 3회까지는 왜란 때 일본에 강제로 끌려간 동포들을 찾아오기 위해, 이후에는 조선의 문화를 일본에 전파할 목적으로 통신사를 파견했다. 통신사는 조선 국왕의 국서와 예단을 지참한 중안 관리 3인 (정사·부사·종사관), 통역, 군관·병사, 의원, 화원, 인쇄공, 악공 등으로 구성됐다.

부산=김관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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