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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금형, 과태료로 낮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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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도로교통법을 위반한 사람들에게 부과하고 있는 벌금형이 상당 부분 과태료 등 행정처벌로 바뀌어 전과(前科)기록이 남지 않게 된다.

전환 대상에는 현재 3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도록 돼 있는 ▶약물복용운전▶과로운전▶무면허 원동기 운전▶사고신고의무 위반▶오토바이의 고속도로 통행위반 등 비교적 경미한 위반 행위들이 해당될 전망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24일 "서민들이 가벼운 도로교통법 위반으로 자기도 모르는 새 전과자가 되는 것을 막기 위해 이같은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벌금형은 전과 기록에 남는 형사벌인 반면 과태료의 경우는 행정벌 성격이어서 전과에는 해당하지 않는다.

이와 관련, 강금실(康錦實)법무부 장관은 이날 KBS-TV '아침마당'프로에 출연해 "서민생활과 관련이 있는 도로교통법을 위반했을 때 내는 벌금을 과태료나 범칙금으로 전환하는 것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법조계에서는 벌금형에 처하는 도로교통법 위반 행위 가운데 경미한 사안들은 범칙금이나 과태료 처벌로 바꿔 전과자의 양산을 막아야 한다는 견해가 자주 제기돼 왔다.

교통사고 전문인 한문철(韓文哲)변호사는 "지금은 심지어 면허증을 집에 두고 온 채 운전하다가 적발돼도 무면허 운전으로 간주돼 전과자가 될 수 있다"며 "이런 식의 가혹한 처벌 때문에 생기는 전과자가 연간 수십만명에 이른다"고 개선 필요성을 강조했다.

현행 도로교통법 77조2항은 '경찰공무원이 운전자에게 면허증을 보여달라고 요구할 때 이를 제시하지 못하면 20만원 이하의 벌금이나 구류에 처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위험한 법규 위반 행위까지 처벌이 약화돼서는 안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교통위반 단속을 맡고 있는 경찰은 이날 교통안전에 중대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 뺑소니나 음주.무면허 운전 등은 범칙금 등으로의 전환을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경찰청 박종국 교통기획과장은 "만약 음주운전 같은 행위까지 범칙금 부과대상으로 바꾼다면 돈만 내면 아무 기록도 남지 않는다는 이유로 음주운전이 늘어나 더 많은 교통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지난해 도로교통법 위반으로 벌금형 이상이 부과되는 무면허 운전은 15만4천건이, 음주운전은 41만여건이 적발됐다.

◆康장관 '호주제 폐지 추진'다시 밝혀=이날 프로에서 康장관은 취임식 당시 밝힌 호주제 폐지 등 여성문제에 대해서도 다시 언급했다.

康장관은 "여성들에게 지극히 불평등한 사회제약 요소인 호주제의 폐지를 추진할 것이며, 친(親)양자제도 도입 역시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전진배.윤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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