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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전쟁] 이라크軍 민간복 입고 게릴라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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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미국과 영국군에 의해 함락됐다던 이라크 도시들에서 전투가 재개되고 있다. 이라크 제2의 도시인 바스라와 나시리야가 그렇고, 제일 먼저 연합군이 장악했다던 항구도시 움 카스르도 마찬가지다.

특히 바그다드로 가는 길목인 나시리야에서는 23일 오전(현지시간) 미군이 이라크 비정규군 '사담 페다인(사담의 순교자들)'의 매복 공격을 받아 사망 16명, 실종 12명이라는 최악의 손실을 입었다.

한마디로 함락된 게 아니었다는 뜻이다. '충격과 공포'의 바그다드 대공습 이후 확산되던 '전쟁 조기 종결론'에 이상기류가 형성되면서 장기전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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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릴라전 수법에 당한 미군=연합군은 개전 초기 이라크 항구도시 움 카스르나 바스라를 지나칠 때 별다른 저항을 받지 않았다. 나시리야에서는 방어 책임을 진 이라크군 11사단이 도시를 버리고 퇴각하는 줄 알았다.

하지만 본대가 도시를 우회해 지나간 뒤 후속 부대가 도시 안으로 들어가려고 하자 탱크.박격포의 집중포화가 쏟아졌다. 민간인들 속에 섞여 있던 이라크군과 비정규군인 페다인 부대가 반격을 가한 것이다. 일종의 도시 게릴라 전술이다.

연합군은 시가전에서 아군 피해는 물론 이라크 민간인의 피해도 엄청날 것을 우려, 적극적인 진입 작전을 펴지 못하기 때문에 막강한 화력을 갖고도 기습당하는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영국군 지휘관인 벤 커리 중령은 "이라크군이 군복 대신 민간인 복장을 하고 있어 구별이 어렵다. 그들은 총알을 난사하고는 순식간에 (민간인 속으로)스며든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대신 연합군은 '등 뒤에 적을 두면 안된다'는 전쟁의 상식을 깨고 주요 병력을 수도 바그다드로 집결하고 있다. 이라크의 '진지전'을 '속도전'으로 넘어서려는 것이다.

이는 이라크군의 전력을 고려할 때 거점 도시 방어만도 힘에 겨워 연합군의 후방을 공격하고 나올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불에 세게 덴 미군은 24일 에이브럼스 탱크와 수륙양용 공격차량을 앞세우고 4천~5천명의 대규모 병력으로 나시리야 재공략에 나섰다. 바그다드 남쪽 80㎞까지 진격한 미군 선발대는 진격 속도를 늦추고 있다.

◆장기전 가능성=연합군은 "바그다드만 함락되면 전쟁은 끝난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연합군은 또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만 제거하면 조기에 전쟁이 종결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이라크군은 막강한 연합군 전력과 정면대결을 하는 대신 핵심 거점도시에서 옥쇄(玉碎)작전을 펴겠다는 의지를 뚜렷이 하고 있다.

바스라나 나시리야처럼 바그다드에서도 후세인의 친위대가 중심이 돼 시가전을 벌이겠다는 것이다. 수도 바그다드 자체를 '방어 진지'로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이라크군은 나시리야의 매복작전 성공으로 크게 고무돼 있다.

이와 관련, 미 국방부 관계자들은 "이라크 공화국수비대가 여자와 아이들을 인간방패로 사용하려고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리처드 마이어스 미 합참의장은 23일 "가장 어려운 싸움은 아직 오지도 않았다"면서 앞으로의 전투가 힘겨울 것임을 예고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도 이날 캠프 데이비드에서 백악관으로 돌아와 "험난한 싸움은 이제 시작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워싱턴=김종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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