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OB맥주 성기백 부회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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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운(社運)을 걸었습니다. 물러서지 않을 것이고 물러설 수도 없습니다."

다음달 2일 8년 만에 신제품을 선보이는 OB맥주 성기백(61.사진)부회장. 24일 인터뷰에 나선 그의 모습에는 비장감이 넘쳤다. "OB가 다시 '대표 맥주'로 부활하는 모습을 보고 물러나는 게 경영자로서 마지막 소원"이라고도 했다.

66년 OB맥주의 전신인 동양맥주의 영업사원으로 입사해 최고경영자에 오른 지금까지 36년간 오로지 'OB맨'으로 살아온 그다. 그간 OB는 맥주업계 부동의 수위 기업에서 90년대 중반 이후 하이트에 밀려 2위 기업으로의 추락했고, 98년에는 두산계열에서 분리돼 벨기에의 인터브루에 인수되는 등 온갖 풍상을 겪었다.

"시장 변화에 안일하게 대처했던 것이 가장 큰 패인었습니다. 30년간 1위 자리에 있다 보니 소비자에게 새로운 욕구가 생기고 있다는 사실을 느끼지 못했죠. 워낙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라 직원들은 한동안 우리가 2등이라는 사실조차 인정하지 못하는 분위기였습니다."

97년 OB맥주 사장에 오른 그는 "이제 우리가 2등이라는 현실을 받아 들이자. 그래야 역전할 수 있다"며 직원들을 다독였다.

OB맥주가 주력제품이던 'OB라거'를 단종하는 대신 새롭게 내놓은 제품의 이름은 'OB'다.

소비자에게 친숙한 이름이긴 하지만 굳이 옛 브랜드를 다시 꺼내 든 것은 지난날의 영화를 재건하겠다는 회사의 소망이 그만큼 간절하다는 뜻이다.

지난주에는 OB의 전직원 1천7백여명이 한데 모여 3일간 단합대회도 했다. 일종의 '출정식'이었던 셈이다.

成부회장은 "성패는 6개월 내에 갈릴 것"이라며 "현재 43%인 시장점유율을 올해 49%까지 끌어올린 뒤 내년에는 1위 기업으로 복귀하겠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신제품은 맥주시장의 새로운 주역으로 떠오른 20~30대 젊은층을 타깃으로 하고 있다. 맥아와 함께 전분을 사용하던 기존 제조 방식에 쌀을 원료로 첨가해 쓴 맛은 줄고 목넘김은 한층 부드러워졌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OB맥주는 경기침체 속에서도 마케팅 비용을 지난해의 두배 이상인 5백억원으로 늘려잡고 적극적인 신제품 홍보에 나설 방침이다. 하이트맥주가 이에 대응한다면 10년 만에 '맥주 전쟁'이 재연될 가능성이 크다.

조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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