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 교수'가 전공 강의 … 피해 학생 어쩌라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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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공주대 학생들이 제자를 성추행한 혐의로 기소돼 300만~800만원 벌금형을 선고받은 교수 2명의 직위해제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 공주대 총학생회]

성추행 혐의로 기소돼 벌금형을 받은 교수가 피해 학생들에게 강의하는 일이 벌어졌다. 국립대인 충남 공주대 얘기다. 학생들은 “또 다른 피해가 걱정된다”며 강의 폐지를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학교 측은 “이미 결정 났다”며 요구를 거부하고 있다.

 앞뒤 사정은 이렇다. 대전지법 공주지원은 지난달 21일 강의실과 노래방 등에서 여학생 4명을 성추행한 혐의로 기소된 공주대 최모(58)·이모(53) 교수에 대해 각각 벌금 800만원과 300만원을 선고하고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40시간 이수를 명령했다. 최 교수는 2012년 3월 학교 강의실에서 여학생 2명의 허리를 감싸 안는 등 5차례에 걸쳐 추행한 혐의, 이 교수는 2012년 6월 학교 근처에서 여학생 2명의 어깨를 감싸 안고 손바닥으로 쓸어내려 추행한 혐의였다. 당시 3학년 2명과 1학년 2명이 두 교수를 고소했고, 다른 여학생 19명이 두 교수로부터 성추행 당했다는 진술서를 냈다.

 대학은 재판이 진행 중이던 지난해 4월 두 교수에게 3개월 정직 처분을 내렸다. 정직은 지난해 하반기에 풀렸다. 그 뒤 올 1학기에 최 교수는 1학년 전공필수와 3학년 전공선택 1과목을, 이 교수는 1학년 전공필수와 3학년 전공선택 2과목을 맡았다. 교수들을 직접 고소한 학생 4명은 강의를 피했다. 그러나 진술서를 낸 19명 중 절반가량은 어쩔 수 없이 듣게 됐다. 전공 과목이어서 졸업을 하려면 빠뜨릴 수 없어서다.

 진술서를 썼던 학생의 친구인 박모(21·여)씨는 “불가피하게 수강신청을 한 친구가 학점에서 불이익을 당하지 않을까 걱정한다”며 “해당 교수와 한 공간에 있는 것조차 두려워해 아직까지 강의에 들어가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진술서를 냈던 학생들은 언론과의 직접 접촉을 피하고 있다.

 피해 여학생과 공주대 학생들로 구성된 공동대책위원회는 두 교수의 사퇴와 공개 사과를 계속 요구했다. 하지만 대학 측은 “정직이 끝난 만큼 교수에게 강의할 권한이 있다”며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총장 직무대행인 김창호(58) 교무처장은 기자가 두 교수에게 강의를 맡긴 이유를 묻자 “학교의 권한이고 이미 끝난 결정이다. 더 이상 할 말이 없다”고만 했다. 공주대는 서만철(58) 전 총장이 지난달 28일 충남도교육감 선거 출마를 위해 사임한 상태다. 공주대와 달리 충남대는 성추행 혐의를 받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면직 처분했다. 당사자인 교수가 사직서를 냈다가 철회했으나 충남대는 “공익을 해쳤다”며 면직시켰다.

 교육부는 “피해 학생을 보호하기 위해 해당 교수들에게 강의를 맡기지 않았어야 한다”며 “전후 과정을 조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신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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