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 경기회복은 77년 이후에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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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미국의 75년 경제 성장율이 6%가 되리라는 등 세계의 경기 회복을 점치는 낙관론이 많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이코너미스트」지는 각국의 수입 억제 강화 정책·내수 창출의 한계성 등을 내세워 세계적인 경기 회복은 77년 이후로 미루어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음은 그 요약.<편집자주>
미·일·서독·불·영·이 등 순서로 6개 공업 대국이 차지하고 있는 국민총생산(GNP)은 공업국가들의 GNP 총액의 80%, 전세계 GNP 총액의 절반을 넘고 있다.
그러나 이들 공업대국들의 산업 생산은 73년「오일·쇼크」이후 급강하했는데 특히 미·일·서독 등 3대국에서 가장 심했고 그만큼 고통을 겪은 셈이다.
도표가 말해주듯 일본의 산업 생산은 지난 15개월동안 5분의1. 미국·서독은 각각 10분의1 이상이 떨어졌다(「프랑스」는 75년초에 이르는 6개월 동안 10%,「이탈리아」는 작년 하반기중 10%, 그리고 영국은 5%).
많은 나라들이 불황은 이제 최악의 고비를 벗어났다고 기대하고 있는데 과연 들어맞을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년76의 상반기중 공업국들이 연율 4%의 경제회복을 이룰 것이라고 예측한바 있지만 그 예측이 들어맞는다 하더라도 연율 5%의 장기 평균 성장율에 못 미치는 것이며 그것은 현재의 3∼9%실업율과 20∼30%에 이르는 잠재 실업율의 지속적 악화를 동반하리라는 사실을 주목해야 한다.
그런가하면 금년 하반기부터 회복 국면에 접어들어 내년엔 호황을 맞게될 것이라고 좀더 낙관적으로 보는 이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낙관론들은 구체적 근거를 갖추지 못하고 있다. 다만 미국과 일본에서 산업 생산 지표가 조금 상승했을 뿐이다.
경기 회복이 되리라는 낙관은 한가지 환상 즉 수출 증가로 경기 회복을 이룩해 보겠다는 것이 대부분 국가의 기대다.
그러나 세계 전체로 볼 때 달세계 시장이라도 개척되면 몰라도 결코 수출 증가를 실현하기가 힘들게 되어있다.
세계 GNP가 높지 않는 한 한 국가의 수출 초과는 다른 나라의 수출 초과=무역적자를 가져올 수밖에 없다.
지역과 각 국가들은 현재 서로가 불황을 수입하고 불황을 수출하고 있는 실정이기 때문이다.
공업국가들은 지난 1년동안 자국내 생산을 감축하기보다는 수입 억제 방식을 채택해왔으며 그들이 당한 불황은 결국 타국에 전가되는 사태를 빚었다.
예를 들면 6대 공업국들이 74년에 1백억달러의 무역 적자에서 75년 봄엔 연간으로 따져 3백억달러의 무역흑자를 보이게 된 것이다.
한때는 산유국들이 연간 6백억달러-세계 연 총생산액의 1.5%에 해당되는 거액을 석유에 의한 무역흑자로 모아들일 것으로 보였지만 실제로 최근엔 그 절반 이하밖에 되지 않고 있다.
반면 빈국들은 연간 무역 결손이 80억달러에서 3백억달러로 대폭 증가, 이를 자본 도입이나 준비금 지출로 충당했다. 하지만 이러한 현상이 앞으로 1년 동안은 재연되지 않을 것이다.
산유국들은 또 다시 3백억달러 정도의 손해를 보려고 하지 않을 것이고 빈국들은 국내 생산과 수입을 줄여서라도 그들의 무역 적자폭의 확대를 막으려 들것이다.
산유국들과 빈국들의 무역 상태가 현상을 유지한다 해도 74년봄부터 75년봄까지 1년간 공업국들에 옮겨간 4백∼5백억달러가 그대로 묶인다는 얘기고 그만큼 공업국들의 GNP 감소로 나타나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내수 창출로 불황의 돌파구를 뚫을 수 있겠는가.
공장이나 기계에 대한 투자는 크게 기대할 것이 못되는 것이 미·일·서독만해도 현재 산업 시설의 75%만 가동되고 있는 사실에서 알 수 있다.
또 한가지는 재고 감소 현상에서 나오는 낙관론이지만 이 역시 앞으로 1년 동안은 별로 대수로울 게 못 된다.
미국의 경우 지난 5월 재고가 1%의 감소 현상을 보여 58년 이후 최고 기록을 세웠지만 세수 감소와 재정 지출 확대에 힘입은 재고 감소기 때문에 결코 근치책이 되지는 못한다.
이러한 여러가지 동향을 볼 때 경기 회복이 곧 될 것처럼 기대하는 것은 너무 성급한 일이다. 아무래도 세계적인 경기 회복은 77년에나 가야 나타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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