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관을 바꾸면 건강이 보인다] 8. 질좋은 칼로리를 먹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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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7면

칼로리(열량)에도 질이 있다.

몸에 좋은 칼로리가 있는가 하면 나쁜 칼로리도 있다. 보통 성인은 하루 2천 칼로리 이상의 열량을 필요로 한다. 인체를 자동차에 비유할 때 칼로리는 휘발유에 해당한다. 칼로리는 식사를 통해 섭취한다.

지방은 1그램당 9 칼로리를, 탄수화물과 단백질은 1그램당 4칼로리를 공급한다. 어느 식품을 통해서 얻든 칼로리 자체는 몸에서 동일한 효과를 발휘한다. 문제는 칼로리가 몸에서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과정이 식품마다 다르다는 점이다.

가장 이상적인 칼로리는 밥이다. 밥과 같은 녹말은 바로 흡수가 되지 않아서 분해가 필요한 다당류(多糖類)이다. 위장에서 소화되어 혈액 중에 흡수될 때까지 2~3 시간에 걸쳐 서서히 칼로리를 내놓는다.

많은 이들이 밥을 푸대접하지만 과식만 피한다면 밥만큼 좋은 칼로리 식품도 없다.

밥보다 질이 떨어지는 칼로리 식품이 설탕으로 대표되는 단당류다. 혀에서 바로 단맛을 내는 단당류는 췌장을 비롯한 인체에 많은 부담을 준다.

먹자마자 바로 칼로리가 공급되기 때문이다. 갑자기 혈당이 올라가므로 췌장에서 혈당을 낮추기 위해 인슐린이란 호르몬을 많이 만들어야 한다. 당뇨 환자에게 단당류가 해로운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단당류보다 더 질이 나쁜 칼로리가 바로 알코올이다. 알코올은 1그램당 7칼로리의 열량을 낸다. 탄수화물이나 단백질보다 열량이란 측면에서보면 더 효율적이다.

그러나 영양학적으로 알코올은 '텅 빈 칼로리(empty calory)'다. 말 그대로 열량을 내는 것 외에는 어떤 유익한 역할도 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지방이나 단백질, 탄수화물이 칼로리 외에 세포막을 구성하거나 효소를 만드는 등 몸에 중요한 일을 하는 것과 비교된다.

최근 보건산업진흥원이 전국 성인 3만7천여명의 영양을 조사한 결과는 이런 점에서 우려를 낳고 있다. 30대 이상 남자의 칼로리 공급원으로 소주가 밥에 이어 2위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양으로 치면 매일 소주 1.5잔을 마신다는 말이다. 알코올이 간이나 위에 나쁜 것은 물론이다. 또한 술을 통해 섭취된 과잉 칼로리는 뱃살로 쌓인다.

술이 먼저 열량을 발휘하므로 다른 식품의 칼로리가 그대로 몸에 저장되기 때문이다.

홍혜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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