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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회비 왜 안 내" 신입생 때린 선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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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경북대 상주캠퍼스 식품외식산업학과의 2014년도 학회비 고지서. 자료를 제공한 강모(22)씨는 “매년 학회비 고액 징수로 신입생들의 불만이 크다”고 밝혔다.

지난 3일 A씨(55·서울)씨는 경기도 포천시 대진대 수학물리학부에 입학한 딸의 입학식에 갔다가 불쾌한 경험을 했다. 학과 학생회 간부들이 나눠준 학회비(학과 학생회비) 고지서 때문이었다. 고지서에는 “7일까지 4년치 학회비 30만원을 학생회장 계좌로 입금하라”는 설명이 붙어 있었다. A씨는 “등록금에 총학생회비 낸 지도 얼마 안 됐는데 4년치 학회비를 또 내라고 해 당황스러웠다”고 말했다.

 대학 신입생과 학부모들이 학회비 문제로 마음고생을 하는 경우가 끊이지 않고 있다. 자율 납부라고는 하지만 사실상 반강제적으로 내도록 돼 있는 데다 4년치를 한꺼번에 거두다보니 금액도 만만치 않다. 학교의 관리 아래 등록금과 함께 고지되는 총학생회비(1만~2만원 선)의 수십 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본지 확인 결과 서울과 지방(경북대·남서울대·목포대·배재대·순천대·신구대·전남대·창원대·한남대 등)의 여러 대학 일부 학과에서 30만원이 넘는 4년치 학회비를 한꺼번에 거두고 있었다.

 한남대 1학년 계모(19)씨는 입학 후 처음엔 학회비를 내지 않고 버텼다. 그러나 독촉 전화와 문자가 계속되자 부모에게 얘기해 결국은 학회비를 냈다. 그는 “등록금에 학회비까지 부모님께 부담을 드려 죄송스러웠다”며 “어떤 학과는 부모님께 전화해 직접 계좌번호를 불러주는 곳도 있다”고 황당해했다. 홍익대 1학년 한모(19·여)씨도 “학회비 10여만원을 내지 않으면 사물함 이용이나 학과 행사 참여에 불이익이 있을 것이라는 통보를 받았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소위 ‘왕따’가 두려워 학회비를 내는 경우도 많다. 경북대 3학년 강모(22)씨는 “대부분 선배들의 압박과 소외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학회비를 낸다”며 “오리엔테이션 자리에서 미납자를 지목하며 말을 섞지 못하게 하거나 미납자의 기숙사에 들어가 한밤중에 다그치기도 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경북대 상주캠퍼스는 2012년 한 학과 학생회가 ‘학회비 미납자는 장학생 선발에서 제외되며 학생회 행사 참석이 불가능하다’는 내용을 고지서에 명시해 논란이 됐다.

 학생회 측은 단체복 맞춤과 수련회,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준비 등을 이유로 내세운다. 중앙대 공예학과(안성캠퍼스) 학생회장 이재호(23)씨는 “학과 차원의 전시장 대관이나 전시용품 구매 등에 비용이 많이 들어가 학회비를 거두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진대 물리학과 학생회장 유도준(24)씨도 “한꺼번에 4년치를 거두는 것이기 때문에 학생들을 위한 돈이라고 생각하면 30만원은 큰 부담이 아니다”고 말했다.

 학회비 납부를 둘러싼 잡음은 올해만의 일이 아니다. 지난해 충남 천안의 한 대학에서는 학회비를 내지 않는다는 이유로 선배가 신입생을 때려 턱뼈가 부러졌다. 교육부 이정렬 학생장학과 사무관은 “매년 학회비 문제가 반복되고 있긴 하지만 대학 자율로 결정할 사안이기 때문에 제재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경북대 최상훈 학생과 담당자는 “학회비는 공식 예산이 아니라 소모임 회비의 개념이라 학교도 간섭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참여연대 안진걸 협동사무처장은 “4년치 학회비를 한꺼번에 거두는 건 학칙을 고쳐서라도 금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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