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사주 배척파업으로 진통 겪는 불 「피가로」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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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파리」의 유력지 「피가로」가 심각한 경영난으로 팔리게 되자 동지의 기자 3백명이 새 사주에 반발 파업에 들어감으로써 화제를 모으고 있다. 「피가로」지는 경제불황의 심각한 타격을 받아 올해만도 4백만「프랑」의 적자가 예상돼 경영난은 극에 달했었고 마침내 「로베르·에르산」씨에게 60억「프랑」에 팔리게 된 것.
그러나 「피가로」에 몸을 담고 있던 기자들은 신문의 자유가 새 사주에 의해 침해될 우려가 있고 지식인을 상대로 한 『국제적 「레벨」의 고급지』가 「저속한 대중지」로 바뀔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를 내세워 파업까지 단행하게 된 것이다.
새 사주가 될 「에르산」씨는 올해 55세인 중도개혁파의 국회의원으로서 12개의 지방지와 주간지를 경영하고 있다.
「에르산」씨가 「피가로」의 기자들로부터 배척받는 이유는 좀더 복잡하다. 「에르산」씨가 경영 합리화를 위해 자기가 발행하고 있는 각 신문 주간지에 공동기사를 싣는 난을 만들어 기자수를 줄일지도 모른다는 우려에서부터 정치적인 의혹과 「에르산」씨 자신의 과거행적까지도 문제가 되고 있다.
「에르산」씨가 「피가로」를 매수하는데 필요한 60억「프랑」의 거액을 가졌을리가 없기 때문에 결국 자금원의 배후에 정부가 도사리고 있을것이라는 의혹이 파다하다.
「에르산」씨는 앞서 다른 신문을 사는데 10억「프랑」을 융자 받은 일이 있는만큼 60억 「프랑」의 자금이 자기자금이 아닌것은 확실하다는 것.
「피가로」(보수계)는 좌익연합에 호의적인 「르·몽드」지와 맞먹는 유력지기 때문에 정부가 「피가로」지를 손에 넣고 싶어할 동기는 충분하다.
또 하나는 「에르산」씨의 과거에 관한 문제.
「피가로」의 편집·논설주간이 「아이러니컬」하게도 경쟁지인 「르·몽드」지에 「나치」 점령 하에서 「에르산」씨가 대독협력행동을 했을지도 모른다고 암시하는 투서를 낸 적이 있고 일부 신문에는 「에르산」씨는 전 「나치」·전사기사』라는 제목을 내걸 정도.
「피가로」지의 최대의 특징은 경영권과 편집권의 독립성이 보장되고 있다는 것이지만 이번 파업을 통해 이점은 오히려 편집진들에게 불리한 요소가 되고 있다.
왜냐하면 자본과 편집의 분리라는 의미 가운데는 자본의 소유주가 신문의 내용에 관여할 권리가 없는 동시에 편집측도 신문의 소유주가 누가 되느냐를 반대할 권리가 없다는 뜻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편집진은 전술을 수정, 당초의 무기한 파업 예정을 중지하고 편집권과 노동조건에 관한 교섭이 곧 개시되지 않는 한 24시간 파업을 재개한다는 선으로 후퇴했다. <외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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