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통을 못 참고 있는 전 주월미국외교관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요즘 「워싱턴」에는 화풀이의 대상을 못 찾아 속이 쓰린 일단의 외교관들이 있다. 아직도 충격으로 어리둥절해 있는 월남주재 대사관 직원들이다.
이들의 「보스」격인 「그레이엄·마틴」대사는 울화통이 터져 「워싱턴」에는 얼굴도 보이지 않은 채 「이탈리아」로 가서 「심신피로」를 달래고 있다.
자기들끼리만 몰려 서로 불편을 털어놓는 이들 외교관들에게 국무성의 동료들은 『제발 망명 대사관을 세울 생각은 말아 말라』고 농담했다.
이들은 하나같이 그처럼 급속히 「티우」 정권이 허물어질 까닭이 없었다고 생각하며 이는 분명 반전운동의 거대한 음모 때문일거라고 보고 있다.
49년 중국본토가 공산화된 이후 당시의 중국주재 외교관들이 국내 「매카디」파로부터 『중국을 팔아먹었다』는 비난을 받으며 목이 잘려 나갔던 것과는 정반대 현상이 아닐 수 없다.
이들은 2억6천6백만「달러」의 대월 추가원조를 요구한 행정부측 제안을 의회가 거부한 것이 결정적인 월남붕괴의 원인이 되었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하노이」가 이 추가원조안 부결을 남침의 신호로 삼았다는 것이다.
그런데 의회가 이를 부결시키는데는 6천명의 회원을 갖고있는 반전단체연합회의 음모가 작용했다는 것이다.
이들은 의원들에게 대량으로 편지를 보내기도 하고 의원들의 젊은 보좌관에게 개인적으로 접근해서 압력을 넣었는데 이런 활동에 필요한 돈이 어디서 나왔겠느냐는 의문이 이들의 음모 「설」의 핵심이다.
물론 자금출처가 어디라고 잘라 말하는 사람은 없다.
「반전단체연합회」는 「인도차이나」 사태가 끝난 다음에도 해체하지 않고 「신 외교정책을 위한 연합회」로 이름을 갈 예정이다.
33개의 반전단체를 산하에 두고 있는 이 기구는 월남 새 정권과의 수교·주한미군 철수 및 핵금지 법안 등으로 그들의 활동분야를 넓힐 것이라고 이 조직의 대변인은 말하고 있다.
그러나 월남전의 종식을 둘러싸고 상반되는 견해를 갖고 있는 외교관들과 이들 반전 단체가 50년대의 「매카디」 선풍 비슷한 정면충돌을 하게 될 가능성은 별로 없는 듯 하다. <외신종합>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