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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 대결 결의보인 서방의 선제전략|「유엔 군사 자진해체」안의 배경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해설>
정부는 대안을 갖춘「유엔」군사령부 해체 결의안을 미국 등 우방을 통해 28일「유엔」에 제출함으로써 한국문제가 본격의제로「유엔」에서 다루어지게 됐다. 6개국이 공동 제안한 이 결의안은 한국군과 주한미군이「유엔」사를 대신하여 휴전협정 당사자가 될 것을 제시하고 중공과 북괴가 이렇게 변형된 휴전협정을 준수할 용의가 있으면「유엔」사를 해체하겠다고 선언했다.
한국 측은 휴전협정을 존속시킬 수 있는 대안이 마련된다면「유엔」사를 해체한다는 지금까지의 막연한 입장에서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하기에 이르렀다.
북괴가 줄기차게 주장해 온「유엔」사의 해체를 자진 제시함으로써 표면적으로는 정부가 4반세기나 끌어온 냉전의제로서의 한국문제를「유엔」으로부터 결별시키려는 것처럼 보이게까지 됐다.
그러나 실상 이번 결의안은 한치의 양보도 없이 표 대결에서 북괴 측을 압도하려는 생각에서 선제기습공격을 가한 것으로 분석된다.
남북한의 쟁점으로 남아 있는「유엔」군사의 존속여부와 미군의 주둔문제 및 남-북한의 「유엔」동시가입 문제가 이번 결의안 제출로 어느 하나 해결될 전망은 없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유엔」사 해체와 외국군 철수주장을 통해 궁극적으로는 주한미군철수를 요구해 온 북괴가 한국군과 주한미군이 당사자가 되는 휴전협정을 수락할 것으로 보기는 어려우며 그같은 조건수락이 없는「유엔」사 해체도 실현될 수는 없다.
따라서 이번 한국 측 결의안은「유엔」에서의 한국문제 해결을 위한 장기적인 대책이기 보다는「유엔」경쟁차원의 전략적 방편으로 해석된다.
관심의 초점은 결의안이 통과돼 제의가 실현되느냐 보다는 한국 측 결의안이 얼마나 득표하고 북괴 측 결의안의 논리를 봉쇄하느냐에 모아지고 있다.
정부가 6개국의 소수 공동제안 국만으로 작년의 9월3일보다 2개월이나 앞당겨 결의안을 제출한 것도 득표에 유리한 선 표결권을 차지하려는 전략적 측면이 깊이 반영된 예이다.
표 대결 경쟁력으로 보아 한국 측 결의안이 통과될 것은 거의 확실하지만 북괴 측 결의안이 어떤 표 양상을 보일지는 아직은 뚜렷한 진단을 할 수 없는 단계다.
수교국수로 볼 때 한국 93, 북괴 81, 경쟁국 44개국이다.「6·23」외교선언이후 한국의 11개국에 비해 북괴 쪽으로는 27개국의 수교국이 증가됐다. 득표공작을 위해 북괴는 외국에 1백7개 사절단을 보냈고 66개 외국사절단을 초청했다.
북괴는 특히 8월에 있을 비동맹외상 회의에서 이「그룹」에 가입, 지지여세를 9월「유엔」총회로 비화시킬 생각이어서 그 제지여부가 중요한 분수령을 이룰 것 같다.
「유엔」전략차원을 떠나「유엔」사 해체의 불가피성은 이미 71년 제26차「유엔」총회에 중공이 대표권을 차지하고 안보리에 들어감으로써 중공을 침략자로 규정했던 51년의「유엔」결의는 사실상 실효 됐고 한반도의「유엔」적 성격도 상대적으로 제거된 것으로 해석됐다.
이에 따라「언커크」는 해체됐고「유엔」사 해체가 남아 있는 셈이다. 외무부 소식통은 법적으로는「유엔」사가 해체될 경우 그가 당사자로 돼 있는 휴전협정은 자동적으로 실효 된다는 주장도 가능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어떤 경우라도 휴전협정 효력을 존속시켜야 하는 정부는 이 문제는 정치적인 쌍무 협상에서 해결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이미 휴전협정은 군사협정에서 정부간 협정으로「승화」된 면이 있고 참전 16개국 당사자의 기구인「유엔」사가 그 대표를 미국정부가 임명토록 안보리에서 합의된 점 등은 성격변화의 징후들로 들어지고 있다.
김동조 장관의 말대로 축구「볼」은 던져졌으므로 북괴 등 공산 측이 이「볼」을 어떻게 받아 차느냐에 따라「유엔」기상도는 변화하게 될 것 같다. <한남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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