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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퇴폐풍조 어떻게 몰아내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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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한국연예협회(회장 오종수)가 마련한 공연물 정화 및 연예계 퇴폐풍조 추방을 위한 세미나가 25일 하오2시부터 2시간동안 신문회관 3층·홀에서 연예인등 관계인사 2백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이 세미나는 연예계가 박동명사건으로 홍역을 치르고있는가 하면 당국에선 음반출반이나 공연활동의 사전검열을 강화하는 법안을 마련하고있는 때여서 관계인들의 관심을 모았다.
이봉래씨(예총회장) 조연현씨(예륜 위원장) 박석균씨(KBS해설위원) 김석민씨(공연단체회장) 황문평씨(작곡가)등이 초청연사로 참석한 이날 세미나에서 연사들은 대부분 연예계의 퇴폐풍조는 서구문명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한데서 비롯됐다고 지적하고 앞으로 건전한 것과 우리 것을 개발하는데 힘써야할 것이라고 다음과 같이 강조했다.
연예계의 퇴폐성이 문제되는 것은 매스·미디어가 발달된 현대에 대중연예물이 사회전체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이라는 것이 공통된 의견.
최근 대중연예물은 『사회적인 지도성보다는 자극적인 표현으로 대중에게 영합』(이봉래)해왔으며 외국의 풍조를 무비판적으로 모방해왔고 지나치게 섹스가 강조되었으며 패륜·퇴폐적인 언동이 난무하고 폭력과 반항, 비정상적 행위나 인물이 미화되고 영웅화되어온 것.
특히 『무비판적인 외국사조의 도입은 역사적으로 정리된 근대서구문명의 특징인 합리주의와 공리주의적 사고방식보다는 아직 역사적으로 정리되지 못한 현대문명의 병리적 측면인 히피성이나 장발 등 퇴폐풍조만 조장』(박석균)한 결과를 빚었다.
TV드라머나 영화 속에 자주 나오는 호텔·자가용등 사치성장면은 농촌사람들에게 이질감을 조성, 국민총화를 저해하는 요인이라고 구체적으로 지적되기도 했다.
그러나 연사들은 연예물의 퇴폐성을 근절하기 위해 당국이 공연물 정화에 법적인 규제를 강화하려는 데는 사회에 그럴만한 물의를 일으켰다고 인정하면서도 조심스런 우려를 나타냈다.
당국이 연예활동을 지도하고 육성해주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지나친 간섭은 창작의욕이나 활동을 위축시킬 우려』(이봉래)가 있다는 것.
황문평씨는 『대중가요는 본질적으로 약간의 저속성이 있는 게 아니겠느냐? 도학자적인 가요는 무의미하다』고 말하고 대중가요가 불건전하다고 말하기에 앞서 예술에 반영되는 사회가 왜 불건전한가를 반성해봐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공연물 정화 및 연예계 퇴폐풍조 추방운동의 성과는 연예인들 스스로가 『먼저 대중에 영합하지 않고, 대중을 지도한다는 자부심을 갖고 새로운 가치관을 확립』(이봉래)하여 『과거의 어두운 면을 벗어나 건전한 것과 우리 스스로의 것을 개발』(황문호)하는데 얼마나 노력하느냐에 달려있는 것 같다. <박준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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