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른 물살·짙은 안개속에 고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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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한호=이양특파원】23일 상오6시 서산 삼길포를 출발한 한호는 나흘째의 항해에서 짙은 안개로 처음으로 고전을 겪었다.
당초 썰물시간을 맞추어 상오5시에 출발준비를 끝냈으나 안개 때문에 1시간을 기다린 후 출발을 강행한 것.
삼길포에서 목적지인 만리포까지는 25마일.
목선의 노(노)만으로는 힘들 것으로 양국관계자들은 추측했었는데 흐린 날씨에 안개는 걷히지 않고 게다가 상오10시50분부터 비가 내려 결국은 거의 전 코스를 모선에 끌려갔다.
출발지인 삼길포를 떠날 때 37분간 모선이 끌었고 상오6시37분쯤부터 노를 저었으나 조수의 물살은 계속 역류. 3시간이 지난 상오9시47분 모선이 다시 예인, 만리포까지 직행했다. 만리포 도착은 낮11시50분쯤.
22일 상오 당진포리의 병영지를 답사한 후 23일 새벽의 물때를 맞추기 위해 출발지마저 당진포에서 3·5마일 앞으로 나오는 지점인 삼길포로 옮긴 것이나 예정이 맞지 않았다.
목선은 상오9시20분을 조금 지나면서부터 회오리 같은 물살이 밀려 해초지역으로 밀리기 시작했다. 백모래 지역은 항해도에도 명시되어있는 항해위험지구. 밀물이 들어야 2m깊이, 썰물이면 뻘모래가 나온다. 모선에서 보면 밀물 때의 이같은 지역은 명확히 일직선으로 보인다. 뻘모래는 시뻘건 진흙과 모래, 해변의 개펄보다 흙이 더 단단하고 한번 배가 박히면 헤어나지 못한다. 선원들은 이곳을 「풀」이라고 부른다. 이 주변에서 약 25분간 목선이 애를 먹었으나 결국은 헤어나기 힘들다고 판단, 모선으로 예인을 한 것. 예인이 시작된 후 약 2시간만에 만리포에 도착. 예인하는 송림호의 평균속도는 3노트. 서산군 원북면 국사봉 앞을 지날 때는 그물질하던 5∼6척의 어선들이 손길을 멈추고 여객선 끝에 밧줄로 이어져 끌려가고있는 기이한 모습의 이 배를 쳐다본다.
결국 이날의 항해는 순전히 물때를 맞추자면 적어도 하루는 더 걸렸을 거리였다고 송림호 선장 박태혁씨(45)는 말했다. 거리가 길다는 이유도 있지만 물살이 회오리를 일으키기 때문에 적어도 두차례는 물때를 기다려야만 하기 때문이라는 것.
23일 아침식사는 삼길포 주민들에게 미리 부탁, 송림호로 옮겨다먹었다.
반찬은 새로 담근 김치와 깍두기·오이김치·산나물무침과 무웃국.
오전에는 가늘게 내리던 빗방울이 낮12시가 지나면서부터는 굵은 빗방울로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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