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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의 특수성 무시하면 부작용만 커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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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남승희
명지전문대 교수
전 서울시 교육기획관

국가경쟁력을 구성하는 요소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인구다. 우리나라는 출생률이 1.18명(2013년)에 불과하다. 국가의 미래에 불안감이 커질 수밖에 없다. 결혼과 출산 기피, 이혼 증가 등으로 결혼이나 가족에 대한 생각이 바뀌고 있는 데다 높은 자녀 양육비와 불안한 일자리 등 결혼과 출산을 기피할 수밖에 없는 사회 구조가 유지되고 있다. 이러한 환경은 적정 인구 확보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2011년 보고서 ‘미혼율의 상승과 초저출산에 대한 대응방향’은 “기혼 가정에 출산을 장려하는 정책만으로 초저출산 상황을 돌파할 수 있을지 회의적”이라는 주장이다.

 인본주의적 관점으로는 신선하고 개방적이다. 자발적 싱글맘, 즉 ‘싱글’과 ‘맘’의 좋은 점을 즐기는 비혼은 한때 선진국에서 유행처럼 번지기도 했다. 임신 후 합의하에 헤어지거나 일방적으로 버림받아 혼자 남게 된 미혼모와는 다른 가족 형태다.

 하지만 비혼을 출산율 제고의 목적으로 장려하거나 지원하는 정책은 더 큰 사회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살을 맞대고 함께 울고 웃으며, 서로 희생하고 양보하면서 가족이 함께 아이를 키우는 경우에도 부모 역할을 하기가 힘에 부친다. 그런 막중한 역할과 책임을 여성이 혼자 부담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다. 게다가 우리 시대 여성은 일까지 병행해야 한다. 육아의 어려움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되고, 자녀의 성장환경도 고려해야 한다.

 일본의 경우 1970년대 한 패션 잡지에서 혼자 아이를 키우는 여배우들을 당당한 여성의 표상처럼 인터뷰한 기사를 많이 실어 눈길을 끌었다. 10년이 채 지나지 않아 이들은 경제적인 어려움을 토로했다. 일본에서는 이같이 매스컴의 선동에 의해 미혼모가 된 것을 후회하는 현상을 잡지의 이름을 따 ‘크루아상 증후군’이라고 부른다.

 유럽에는 한 부모 가족이 지배적이지만 그 이면에는 아이들의 청소년기 방황 등 심각한 사회 문제가 감춰져 있다. 결혼은 아이를 위한 제도이기도 하다. 한 부모 가족이 차별 받는 일이 없어야겠지만 이를 정책적으로 장려·지원하다 곤란을 겪은 국가들을 뒤따라갈 필요는 없다.

 출산율 향상은 미래를 위해 시급한 과제다. 하지만 비혼 가족 지원 정책은 출산 장려가 아닌, 인권과 인간 존엄의 관점에서 추진돼야 한다. 가족은 효율의 원칙보다 심장의 원칙이 적용되는 공동체다.

 일과 가정의 양립 속에 출산과 양육이 가능케 하는 제도를 만들어야 아이를 위해 온전한 환경을 이룰 수 있다. 누구나 누릴 수 있는 양질의 교육 환경, 안정적 일자리, 그리고 긴장도를 낮추고 행복도를 높이는 사회로 나아가야 한다. 이러한 사회보장제도가 가족 해체를 막고 출산율을 높일 수 있는 열쇠다. 출산율을 한두 가지 단편적 정책으로 급격하게 변화시킬 사안으로 봐선 안 된다. 가정을 안정시키는 문화가 형성되게끔 국가적 역량을 모을 때 출산율은 자연스럽게, 그리고 견고하게 올라갈 것이다.

남승희 명지전문대 교수 전 서울시 교육기획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