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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세계 경제질서 형성의 애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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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오늘의 국제경제상황을 어떻게 설명해야 하며, 제반모순을 극복하는 방법이 무엇이겠는가에 대해서 경제학은 이렇다할 처방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석학들이 많은 의견을 제시하고는 있지만 그것이 모든 나라에 납득이 가서 실천되기까지에는 아직 미흡하다.
「K·갤브레이드」 「P·새뮤얼슨」 「W·레온티에프」등은 자본주의체제의 한계성과 체제의 새로운 적응까지도 주장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 체제문제를 거론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오늘의 경제적 난국을 시장기능이나 경제정책수단을 통해서 시정 또는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는 경제학자의 수는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R·트리핀」은 오늘의 경제적 난국을 「스태그플레이션」보다는 「인페션」(「인플레」속의 경기후퇴)으로 표현하는 것이 더 적절할 뿐만 아니라 독립적인 경제정책만으로는 난국을 극복할 수 없다고 비판하고 있다. 그러므로 정치·사회·국제관계를 총괄하는 종합적인 정책이 요청된다는 것이다. (10일자 본지2면)
특히 「트리핀」은 「인페션」 본질적인 원인이 미국의 「인플레」수출에 따른 국제통화질서의 붕괴에 있음을 지적하고 새로운 통화질서의 건설을 위한 국제협력에서부터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야 하겠다는 것을 강조한다. 그러나 새로운 국제통화질서를 개별국가의 통화변동에서 독립된 SDR체제의 육성에서 찾을 수 있다는 「트리핀」의 주장은 SDR체제를 발전시키지 못하고 있는 현실로 보아서는 순환논리에 빠져 있는지도 모른다.
한편 「G·마이어」(9일자 본지2면)도 위기극복을 위한 처방으로 「트리핀」과 마찬가지로 새로운 국제경제질서의 필요성을 제시하고 있으나 생산국「파워」의 견제, 국제분업의 조장, 국제통화의 안정을 위한 협조의 강화라는 추상적인 주장에 그치고 있다.
확실히 오늘의 세계경제는 그 구성원들이 난국에 처해서 동물적인 「에고이즘」에 더욱 빠져들고 있기 때문에 더욱 악화되고 있는 추세임은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각국이 「에고이즘」에 빠지지 않고는 난국을 견뎌낼 수 없다는 현실적 압력을 고려한다면 이른바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와 같은 것이 아니겠는가.
만일 범지구적 차원에서 오늘의 난국을 관찰한다면 부국의 「에고이즘」 및 그들의 횡포가 세계경제를 혼란의 도가니 속으로 몰아넣은 것이므로 당연히 선진부국이 자기희생을 통해서 세계질서를 재건해야할 것이다.
그러나 솔직히 말해서 10여개 선진부국의 노름판이라 할 세계경제질서가 그들의 자기희생을 통해서 재건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
결국 혼란의 여파를 그들 외의 세계에 전가시키면서 소수 선진국의 이익을 균형 있게 보증하는 새 질서를 찾겠다는 것이 오늘의 상황이라고 보아야할 것이다.
만일, 이러한 폐단이 옳은 것이라면 세계경제의 장내는 밝기보다는 차라리 어둡다는 것이 옮은 판단일 것이다.
우선 선진공업국간의 이해조정이 끝날 때까지는 새 질서의 형성을 기대할 수 없으며, 과도기적 혼란이 거듭될 것임을 예상해야 한다.
다음으로 세계경제질서의 재건에 실질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소수 선진부국 외의 경제는 새 질서가 형성될 때까지 계속 선진경제의 완충지대로서 많은 피해를 감수해야 할 것이라는 사실도 주목해야 한다.
사리가 이와 같다면, 세계경제의 단기적 부심에 신경질적으로 반응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앞으로 많은 혼란과 파동이 국제적으로 야기될 수 있다는 가정 하에 국내경제구조의 자기 완료성을 높이는 정책이 계속 추진되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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