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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앞에 있고, 중국 쫓아오고 한국 소재산업 샌드위치 우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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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소재 산업은 일본에 비해 뒤떨어진 몇 안 되는 분야인데 중국의 추격도 만만치 않아 걱정이다.” 14일 취임을 앞둔 권오준(64·사진) 포스코 회장 내정자는 소재 분야에 대한 관심이 높다. 철강 업체에서 종합 에너지·소재 기업으로의 변신이라는 그룹의 장기 과제를 진두지휘해야 할 입장이기 때문이다. 그는 특히 한국 소재산업이 일본과 중국 사이에 낀 샌드위치 신세가 될까 봐 걱정이 많다. 권 회장 내정자는 최근 “한국 산업의 부품 경쟁력은 일본 등 최고 선진국을 거의 따라잡았지만 소재 부문은 여전히 뒤떨어져 있다”며 “소재 부문은 장시간의 연구개발이 필요한 데다 기술장벽도 높아 한국 기업이 넘어야 될 마지막 숙제인데 중국의 추격도 만만치 않아 걱정”이라고 말했다.

 한국 기업들에 소재 주의보가 발령됐다. 현대경제연구원은 6일 ‘중국, 한국의 소재산업도 위협하고 있다’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내고 “중국에 대한 한국의 소재 분야 비교우위가 크게 약해졌다”고 진단했다. 이 연구원이 섬유·화학·고무 및 플라스틱·비금속·1차 금속의 5개 소재산업, 31개 세부 품목의 경쟁력을 계량화해 분석한 결과다. 이에 따르면 고무 및 플라스틱을 제외한 4개 분야에서 두 나라 간 수출경쟁이 심해졌고 섬유·화학·1차금속 분야에서는 한국의 비교우위가 약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 간 상품 수출에서의 비교우위 정도를 측정하는 지표인 무역특화지수의 경우 2000년 0.44에서 지난해 0.19로 크게 악화됐다. 이 지수는 1이면 절대우위, -1이면 절대열위라는 의미다. 31개 품목 중 경쟁력이 약해진 품목이 20개에 달했다. 중국과의 수출경합도 지수도 같은 기간 0.51에서 0.52로 높아졌다. 21개 품목에서 수출경쟁이 심해졌다. 연구원은 특히 중고위·중저위·저위 기술 등을 막론한 소재 산업의 모든 품목에서 한국의 경쟁력이 약해졌다고 밝혔다.

 반면 일본과의 격차는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소재부품 산업에서 976억 달러의 흑자를 기록했지만 일본에 대해서만큼은 205억 달러의 적자를 면치 못했다. 일부 소재들은 거의 전부를 일본에 의지하는 실정이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2012년 기준으로 플라스틱 소재인 초산셀룰로오스의 기타 판·시트·필름의 경우 대일 수입의존도가 99.7%에 달하며, 반도체 디스플레이 제조용 기타 유리(98%), 반도체 제조용 포토레지스트(90.9%) 및 플라스텍제 필름(87.8%) 등도 절대적으로 일본에 의존하고 있다.

 신소재는 개발하기도 어렵고 개발까지 시간도 많이 걸린다. 이 때문에 일단 개발에 성공하면 시장을 자신들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하게 이끌고 가는 ‘선발자의 이익(First mover advantage)’을 막대하게 누리기 때문에 고부가가치 소재의 경우 후발 주자의 추격도 용이하지 않다. 지난해 일부 국내 업체들은 일본 닛토덴코가 독점 생산하는 터치스크린패널의 필수 소재 이듐주석산화물(ITO) 필름의 국산화를 시도했다가 사실상 포기했다. 한국 업체들의 움직임을 간파한 닛토덴코가 시장지배력을 발휘해 가격을 8%나 낮춰버렸기 때문이다. 연초 국내 대기업 계열 제조업체도 일본 기업들이 소재 수급 약속을 취소하거나 연기하는 등 몽니를 부려 적잖이 마음고생을 했다.

 한재진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부와 기업이 힘을 합쳐 기술집약형 신소재 개발, 장기적인 소재 산업 발전 로드맵 구축, 화학 분야 등의 산업고도화 등을 통해 고부가가치 소재 기술을 발굴하는 것이 매우 시급하다”고 말했다.

박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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