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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결한 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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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불결한 피를 팔아온 병리사들이 구속되었다. 그것은 마치 유독한 수도물을 공급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인체에 불순한 피가 공급되면 치명적인 질병을 얻기 쉽다. 실제로 임상에는 그런 일들이 드물지 않아 생명을 잃게 하는 일도 있다.
「피는 곧 생명」이라는 생각은 예부터 있어 왔다. 사자를 장사할 때「진적색」의 물건이나 무슨「심벌」이 함께 묻히는 것은 양의 동서가 같은 풍습이다. 이것은「피는 생명이다」는 생각에서 비롯된 것이다. 사자에게 재생을 주려는 하나의 기원이기도 하다.
인체 속에는 체중 1㎏에 약 80㎖의 혈액이 있다. 체중가운데 13분의1은 혈액인 셈이다. 이 피는 심장의「펌프」작용에 의해 동맥을 거쳐 몸의 구석구석까지 공급된다.
사람의 몸엔 모세혈관이 그물모양으로 덮여있다. 그 길이를 이으면 무려 10만㎞나 된다. 지구를 2바퀴 남짓은 돌아야할 거리다. 그 내표면적은 80㎡나 된다. 이 광대한 면적을 이용하여 내피세포와 그 몸으로 혈액과 세포사이에서「개스」및 물질의 교환이 순식간에 이루어진다. 피가 인체를 한바퀴 도는 시간은 10초 내지 30초쯤 걸린다.
피는 이처럼 소화관에서 흡수된 영양소를 각 조직에 운반하여 세포의 신생과 성장을 돕는다. 또「에네르기」로 이용되고 남은 찌꺼기들을 운반하는 역할도 피가 맡고 있다.
그러나 보다 중요한 구실은 세균과 맞붙어 싸우는 첨병이 되는 일이다. 세균이나「바이러스」그 밖의 해로운 침입자에 대한 항체를 만들어 면역반응에 의해 그들을 무력하게 만드는 것이다.
사람은 그런 피를 일시에 절반쯤 밖으로 흘리게 되면 생명의 위험을 받는다. 수혈은 그런 필요에서 불가피한 것이다.
수혈의 역사는 의외로 오래지 않다. 16세기「하비」라는 의학자가 혈액순환이론을 발견한 이래 실시되었다. 처음엔 개의 정맥에 약품을 주사하는 실험이 있었다. 1665년 영국의「리처드·로」라는 의사가 개에 비로소 다른 개의 피를 수혈, 구명을 해주는데 성공했다.
그 이론이 응용되어 사람에게 동물의 피를 수혈한 일도 있었다. 그러나 그 사람은 죽고 말았다. 항체반응이 있는 것을 의사들은 미처 모르고 있었다. 1678년「프랑스」는 사람에게 동물의 피를 넣는 것을 법률로 금지했다.
인체수혈은 19세기에 들어 활발히 연구되었다. 그 공로자는 영국의 외과의「제임즈·브란델」. 그의 첫 수혈환자는 6시간만에 숨졌지만, 의료기술은 그 후 꾸준히 발달했다.
사람이 순결한 피를 갖는 것은 그 육신까지도 순결하게 만든다. 피는 그만큼 건강한 생명현상의 원천이 되고 있다. 건전한 정신은 건전한 몸에! 그러나「건전한 몸은 건전한 피에」라는 것도 잊지 말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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