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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외의 수상 칸느 영화제|올핸 후진국서 두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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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파리=주섭일 특파원】지난달23일 막을 내린 금년도 제28회 「칸느」영화제에서 미국 동서구 일본 등 선진국을 제치고 후진권인 「알제리」의 『황금시대의 연대기』(「라크다르·하미나」감독) 가 최고의 영광인 금상을 수상한 것은 충격을 가져다주었다. 또한 처녀 출전한 「홍콩」의 『터치·오브·젠』(「킹후」감독)이 기술 영화상을 수상한 것도 제3세계 영화예술의 발전을 과시한 것으로 예술에는 선 후진이 없다는 사실을 입증한 셈이다.
「알제리」최고의 성격 배우 「조르고·바야기스」가 주연한 『황금시대의 연대기』는 1954년의 한 시대를 사실적으로 담담하게 전개해나간 영화이다. 아무 것도 아닌 이유로 온갖 혹독한 학대와 수난을 겪는 가난한 부자의 이야기가 「알제리」사막 특유의 분위기 속에 비극적으로 나타난다. 물론 강자와 약자간의 치열한 투쟁이 전쟁으로 확대되어 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것이 이 영화의 주제이기는 하지만 그 밑바닥에는 『아어 형태의 전쟁도 비인간적이며 「휴머니즘」을 파괴하는 것』이라는 작가의 의도가 깔려있다.
「빗트리오·가스만」이 주연 남우상을 받은 『여자의 향기』도 최후까지 금상을 겨룬 8개 작품 가운데 하나로 거장 「디느·리치」감독 작품이다. 한 젊은 병사가 장교의 술책으로 한쪽 발이 잘려 「나폴리」로 호송되는 과정을 「코믹」한 「터치」로 그리고 있는데 「가스만」의 필생의 명연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한편 여우주연상은 50년대 미국지하영화의 전위였던「레니」라는 사나이의 괴상한 죽음을 통해 미국사회의 부도덕성을 파헤친 『레니』(「보브·로스」감독) 에서 부인 역을 맡았던 「바렐리·페린」에게 돌아갔다.
한편 감독상은 「프랑스」영화 『특별재판부』를 연출한 「코스마·가브라스」와 「캐나다」영화 『명령』을 연출한「미셸·브로루」가 공동 수상했다. 이중『명령』은 현대국가의 권력남용을 규탄한 작품으로 『전자 「쇼크」를 일으키게 하는 작품』이라는 평을 받았다.
처녀 출전했다가 기술상을 획득한 「홍콩」의 「터치·오브·겐」은 일본의「구로자와」감독작품에 비견될만하다는 극찬을 받았으며 무엇보다도 무술검색 영화가 이토록 예술성을 지닐 수 있느냐고 반문할 만큼 감탄을 불러 일으켰다. 이 영화는 명나라시대의 사랑과 복수를 담은 평범한 영화인데 이 같은 작품이 기술상을 받게된 까닭은 동양판 서부극의 소재를 단순한 눈요깃거리로 처리한 것이 아니라 화면 하나 하나를 모두 동양화를 보는 듯한 시적 경지로 끌어올렸기 때문이다.
이 영화의 교훈은 차라리 한국영화인들이 찾아야 할 것 같다. 어쨌든 금년도 「칸느」영화제는 작품상을 수상한 「하미나」감독의 소감대로 『영화예술에 있어서도 제3세계의 존재를 인식시켰다』는 영화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음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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