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람] "환자 위로하는 따뜻한 글 쓰고 싶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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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의사라는 직업만큼 생로병사를 다양하게 체험할 수 있는 직업이 없죠. 매일 만나는 환자들이 각종 사연을 갖고 있기 때문이죠. "

지난달 '한국수필'로부터 신인상을 받아 수필가로 등단한 울산의대 서울 아산병원 정형외과 조우신(趙又新.53세)교수.

27년간 의사로 일해온 그는 지금까지 2천여 건의 인공 무릎관절 수술을 했으며, 하루에 1백50여명의 외래환자를 볼 만큼 인기있는 정형외과 의사다.

그래서 그는 수필가로 정식 등단한 데 따른 부담도 적지 않다고 털어놨다.

"글과는 관계가 없는 직업을 가진 사람이 전문가에게 인정을 받는다는 것처럼 즐거운 일은 없죠. 하지만 더 많은 시선을 의식해야 하고 견디기 힘든 비평도 감수해야 하는 점은 솔직히 두렵습니다."

그가 신인상을 받은 작품은 '담배에 대한 단상'과 '여자와 어머니'.

'담배에 대한 단상'은 趙교수가 중학교 2학년 때 처음으로 담배 맛을 보게 된 뒤 골초가 된 지금까지의 각종 추억과 흡연자로서 겪는 애환을 담았다.

"한 시간 정도의 수술을 끝내고 나서 담배 한 모금을 빨아들여 음미하는 그 맛은 느껴보지 못한 사람은 결코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궤변이라 할지 모르지만 그 맛을 즐기기 위하여 오랜 시간 동안 수술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중략…여전히 담배를 안 끊는 사람은 이만저만 독종이 아닌 것 같다. 그런데 난 아무래도 죽을 때까지 그 독종의 하나로 남을 가능성이 아주 농후하다. 이 생각을 하는 순간에도 내 손은 담배 갑을 열고 있지 않는가."('담배에 대한 단상'에서).

한국수필 신인상심사위원회는 심사평에서 "자신의 직업에 견주어 담배를 끊지 못하는 이유와 애연가를 대변하는 내용을 설득력 있게 표현했다"고 평가했다.

趙교수는 지난해 4월 수필집 '때론 의사도 환자이고 싶다'로 대한의사협회의 제1회 의사문학상을 받기도 했다.

그가 수필을 쓰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 초. 아산병원 사보 편집위원을 맡으면서 정기적으로 사보에 고정칼럼을 쓴 것이 계기가 됐다. 특히 외국에 출장을 가면 마음이 풀어지고 생각이 깊어지면서 호텔 방에서 5~6편의 글을 쓰곤 했다고 한다.

한편 그의 어머니 임순옥(84) 여사도 93년 74세의 나이로 수필가로 등단해 지금까지 3권의 수필집을 냈다. 趙교수는 "앞으로 환자들에게는 따듯한 의술을 전하는 의사로서, 독자들에게는 따뜻한 마음을 전하는 수필가로서 기억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하재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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