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 여당 승리 DJ 때 유일 … 지지율 62% 후광효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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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인기가 지방선거에 영향을 미칠까.

 지금까지 치른 역대 다섯 번의 지방선거 결과만 놓고 본다면 밀접한 영향이 있다. 대통령 지지율이 낮을수록 여당이 선거에서 참패했다. 대통령 지지율이 높았을 땐 여당이 유리했다.

 한국갤럽에 따르면 역대 지방선거를 치를 당시 대통령 지지율이 가장 낮았던 때는 2006년 5·31 지방선거다. 당시 노무현 대통령의 지지율은 20.2%(6월 기준) 수준이었다. 여당인 열린우리당은 16개 시·도지사 선거 중에 전북 1곳에서만 이겼다. 나머지는 모두 야당(한나라당 12곳, 민주당 2곳)과 무소속(1곳)에 내줬다. 광역단체장 기준으로 여당이 6.25%만 가져간 대패였다.

 역대 두 번째로 대통령 지지율이 낮았던 상태로 치른 2002년 6·13 지방선거 때도 여당인 민주당은 16곳 중 4곳에서만 승리했다. 집권 5년차였던 김대중 대통령 지지율은 25.9%(5월 기준)였고, 광역단체장 승률은 25%였다. 같은 김대중 정부 시절이지만 집권 첫해인 1998년 실시된 6·4 지방선거 결과는 달랐다. 공동여당이던 새정치국민회의와 자민련은 10곳에서 승리했다. 야당인 한나라당은 6곳에서만 이겼다. 당시 김 대통령의 지지율은 62.2%였다. 역대 다섯 번의 지방선거 중 가장 대통령 지지율이 높았을 때 치른 선거였다. 여당이 가져간 광역단체장 비율도 62.5%로 가장 높았다. ‘대통령 지지율이 높을수록 여당의 광역단체장 승률이 높아진다’는 명제가 어느 정도 들어맞았다. 대통령 지지율과 승률이 비슷하게 나오기도 한다.

 허진재 한국갤럽 이사는 “1998년을 제외하고 나머지 네 번은 모두 야당이 승리했는데, 대통령 인기가 좋지 않을 때 그런 결과가 나왔다”고 말했다.

 이번 6·4 지방선거는 어떤 결과가 나올까. 과거 경험에 비춰보면 새누리당에 나쁘지 않은 상황이다. 지난달 21~22일 중앙일보 조사연구팀의 조사에 따르면 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62.7%였다. 지난달 24~27일 한국갤럽의 조사에선 57%가 나왔다. 두 조사 모두에서 박 대통령의 대선 득표율(51.6%)을 넘어섰다. 하지만 선거가 90일 넘게 남았고, 후보도 정해지지 않은 상황이라 “섣부른 예측은 어렵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그렇지만 여권은 박 대통령의 ‘후광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유정복 안전행정부 장관(인천시장), 남경필 의원(경기지사)같이 출마를 주저하던 인사가 지방선거에 나서게 된 배경에는 박 대통령의 지지율을 의식한 것일 수 있다.

 박 대통령이 지난 4일 “진정한 ‘새 정치’는 민생과 경제를 챙기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며 직접 야권을 견제하고 나선 것도 선거 민심에 자신이 언급되는 게 나쁘지 않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안철수 의원은 5일 “박 대통령이 새 정치를 언급했는데, 참으로 맞는 말씀이다. 그런데 일일이 열거 못할 경제민주화의 후퇴, 복지공약의 실종, 국가기관의 대선개입은 민생과 상관 있는 일인가. 중진 차출, 현역 장관의 차출은 누구 살림살이랑 관련 있느냐”고 직접 반박하고 나섰다.

 하지만 새누리당 기획통인 서용교 의원은 “야권이 패배한 지난 대선의 구도가 그대로 반복되는 형국이 여당에는 나쁘지 않다”고 말했다.

허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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