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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억 로또 당첨자, 휴대폰 135회 절도범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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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직업 없이 빈털터리로 살다가 로또에 당첨됐다. 당첨금 14억원을 4년 만에 몽땅 날리고 범죄자가 됐다. 5일 135회에 걸쳐 휴대전화 1억3000만원어치 등을 훔친 혐의로 경남 진주경찰서에 구속된 황모(34)씨 얘기다.

 황씨는 고교 중퇴 뒤 특별한 직업이나 거처가 없이 떠돌았다. 2006년 초 경남 진주에서 구입한 로또복권이 1등(17억여원)에 당첨됐다. 세금을 제외하고 14억여원을 손에 쥐었다. 26세로 미혼이었다. 큰돈을 본 황씨는 룸살롱 등을 출입하며 흥청망청했다. 강원랜드에서 도박을 하다 한꺼번에 수억원을 잃기도 했다. 이렇게 살다 보니 4년 뒤 호주머니에 남은 당첨금은 한 푼도 없었다.

 돈맛을 들인 황씨는 2010년 초부터 범죄의 길로 빠졌다. 귀금속을 훔치고 친구에게 돈을 빌려 갚지 않았다. 6개월 만에 절도·사기 등 혐의 13건으로 경찰에 수배됐다. 지난해부터는 휴대전화 절도에도 손을 댔다. 훔치기 쉽고 물건을 처분하기 쉽다는 생각에서였다. 황씨는 훔친 휴대전화를 팔아 생긴 돈으로 매주 거액의 복권을 샀다. 검거 당시 황씨의 지갑에는 복권 10여 장이 있었다.

 황씨는 경찰에서 “로또가 당첨되지 않았으면 범죄자는 되지 않았을 텐데…”라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황씨가 로또 얘기만 꺼내면 과민반응을 보여 신경안정제를 먹을 정도”라고 전했다.

진주=황선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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