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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조여권은 이렇게 만들어지고 있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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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사회지도층 인사의 도피성 이민 사건에 이어 최근 검찰이 위장 결혼 이민·대규모 여권 위조단 등을 적발, 모두 40여명의 관련자들을 구속함으로써 위장이민을 둘러싼 10년 고질의 갖가지 병폐가 늦게나마 「베일」을 벗고 있다.
특히 이번에 검거된 대규모 여권 위조단의 범행내용은 현 우리 사회에 횡행하고 있는 위장이민의 몇 가지 유형과 부정을 능사로 할만큼 만연된 「이상 이민·열풍」, 그리고 이민 정책을 집행하는 일부 행정기관의 부패와 무능을 한꺼번에 드러냈다. 국내에 6개 파가 활약하고 있는 위조단은 여권 용지와 여기에 최종으로 찍히는 외무부의 철인만 빼고 1백40여종의 출국에 필요한 각종 공·사문서를 위조해 왔다.
총책·알선책·「비자」책·여권책 등으로 세분되어 철저한 점 조직으로 운영돼온 위조단이 그동안 취급한 위조 여권은 ▲상용여권 ▲문화여권 ▲유학여권 ▲초청이민(취업·결혼) 여권 등으로 그 종류와 대상에 따라 단가를 달리하며 위조 술도 다양하다.
가장 취급빈도가 높은 상용여권의 경우 80만원만 내면 위조단은 유령회사의 수출실적증명서·재직증명서·당해 직장의 갑근세 납부필증·신원조회 필증 등을 위조, 첨부하여 외무부에 제출, 한달 안에 진짜여권을 손에 쥐어준다. 그러나 위조단 중에는 이같은 서류를 아예 위조일색으로 꾸미는 파도 있고 또 서류 중 일부는 관계 공무원에게 뇌물을 주고 받아내는 파도 있다. 후자가 전자보다 단가가 20만∼30만원씩 높다.
문화여권은 위조단이 일본·동남아 등지의 「브로커」(포주)와 짜고 흥행·문화사절단 초청장을 보내게 한 다음 문공부의 추천을 받아 출국케 하는 것.
체류허가기간이 길다는 잇점 때문에 돈 많은 사람에게 가장 인기가 있고 단가도 높은 것이 유학여권 중 비 정기여권, 국내에서 대학진학이 좌절되고 유학시험 합격 능력이 없는 부잣집아들들이 주로 많이 이용하는데 74년도엔 하루평균 20∼30건이 외무부에 접수되었다는 것. 위조단은 유학여권희망자들의 경력증명서를 위조해 주고 최고 3백만원까지 받는다.
국내 「브로커」와 외국 「브로커」간의 제휴가 가장 밀접하고 최근 빈번히 말썽이 되고 있는 것이 초청 이민여권이다. 단가는 건당 80만∼3백만원. 외국「브로커」가 자국내 부실업체의 초청서나 위조 노동 허가서 등을 받아 초청장을 보내오면 한국 내「브로커」가 노동청 발행의 기술자 자격증 등을 위조해 여권을 발급 받게 해준다. 외국「브로커」(건당 2천 달러씩 받음)가 자주 내방하기 때문에 이들 편에 외화를 도피시키기도 하며 해외 취업을 철석같이 믿고 갔다가 직장을 못 구해 거지 신세가 되는 확률이 가장 높은 것이 특징.
위장 결혼 이민도 모두 이 양쪽「브로커」들의 수중에서 이루어진다.
이 밖에도 일반여권을 받아 출국했다 돌아오지 않거나 복수 여권소지의 고위층이 이민재산법규(상한선 4천만원)를 어기고 관계공무원과 결탁, 해외이주법을 어긴 사례는 구속된 정금사 사장 김문경씨, 이미 해외에 나가있는 전 서울시장 K씨 전 국회의원 C씨 등의 경우와 연초 복수여권 재확인 과정에서 발각된 70여명의 사회지도급 인사들에게서 볼 수 있다.
수사 결과 이같이 변칙적인 방법으로 출국한 사람이 예상외로 많아 한 관계자는 전체 해외이주자의 10%선이 될 것이라고 추측했다.
검찰은 이번 수사에서 ⓛ이주희망자에 대한 재산법규 등 법규정의 미비 ②이주절차의 지나친 중복·복잡성 ③관계공무원의 부정과 행정 미숙 등을 문제점으로 지적하고 관계공무원에 대해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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