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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철학 3가지|조문경 목사(대한기독교「나사렛」성결회감독)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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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어떤 율법 전문가가 제가 옳다는 것을 드러내려고 『누가 저의 이웃입니까?』하고 예수님에게 물었을 때에 예수님은 착한 「사마리아」사람 이야기로 대답했다.

<어떤 사람이 「예루살렘」에서 「여리고」로 내려가다가 강도를 만났다. 강도들은 그 가진 것을 모조리 빼앗고 모질게 때려서 반쯤 죽여놓고 가버렸다.
마침 한 제관이 바로 그 길로 내러가다가 그 사람을 보고 피해서 지나가 버렸다. 이와 같이 또 「레위」사람 하나도 거기까지 왔다가 그 사람을 보고 피해서 지나가 버렸다. 그런데 어떤 「사마리아」사람은 길을 가다가 그 곳 까지 와서 그를 보고는 가엾은 생각이 나서 그 사람에게 가까이 가 상처에 기름과 포도주를 붓고 싸 매주고 자기 나귀에 태워 여관으로 가서 간호해 주었다.
다음날 자기 주머니에서 두 「데나리온」을 꺼내어 여관주인에게 주면서 『저 사람을 잘 돌보아주시오. 비용이 더 들면 돌아오는 길에 내가 갚아 드리겠소 하고 부탁하고 떠났다.> (누가복음 제10장)
이 예수님의 말씀에서 우리는 세 가지 인생 철학을 발견할 수 있다.
첫째는 강도의 철학, 즉 힘의 철학이다. 강도하면 흔히 살인강도·「택시」강도 등을 연상하지만 크게는 사유재산을 강제로 몰수하고 피의 숙청을 주의와 사상을 위해서 서슴지 않고 감행하는 공산주의 철학도 이 범주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냉정하게 우리자신을 살펴볼 때 강도의 생활철학은 우리의 생활을 지배하고 있는 것이다.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남을 희생시키고 자기의 유익만을 추구하는 생활을 할 때에는 이 강도의 생활철학의 지배아래 있다고 하겠다.
둘째는 제사장과 「레위」사람의 철학이다. 이 철학은 남에게 피해를 주지는 않지만 불행을 당한 이웃에 대하여 무관심 하는 태도다. 즉 내 것은 내 것이고 네 것은 네 것이니 나와 무슨 상관이냐는 식의 사고방식이다. 다른 사람이야 강도를 만나든, 손해를 보든, 피를 흘리든, 불행을 당하든, 보고도 못 본체하고 자기만 그러한 불행한 처지에 빠지지 않으면 된다고 생각한다.
요즘 문제가 되고 있는 소위 도피이민 같은 것도 이 범주에 속한다고 하겠다. 이 철학은 소위 종교지도자나 종교인들을 지배하기도 한다. 종교인들은 남에게 피해를 주는 일을 하지 않으면서 자기 신앙을 고수하고 자기 수련을 쌓아서 구원만 얻으면 되는 것으로 생각하는 소극적인 자세를 가지는 경우가 많다. 너희는 세상의 소금이라는 말씀으로 자기 희생을 명령하신 예수님의 정신과는 거리가 멀다.
세 째로는 내 것은 내 것이고, 네 것은 네 것이지만 만일 필요한 경우에는 너를 위해서 내 것을 줄 수 있다는 「사마리아」사람의 생활철학이다.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은 것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이웃이 불행을 당했을 경우에 못 본체 하지 않고 자기 희생을 개의치 않고서 도와주는 자세다.
이러한 생활을 하게되면 자기도 살고 남도 살리는 놀라운 기적이 일어난다. 한 알의 밀이 땅에 떨어져 썩지 않으면 한 알 그대로 있지만 만일 떨어져 썩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다는 예수님의 교훈을 실천하는 생활이 바로 이것이다.
극도의 이기주의가 지배하는 오늘을 사는 우리 모두에게 가장 필요한 생활철학은 착한「사마리아」사람의 생활철학임을 의심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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