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청난 고속도로 보수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경부고속도로 개통 후 5년 동안에 그 보수비용이 57억2천만 원에 이르렀다는 것이며, 올해에도 보수비 조로 13억3천여 만원의 예산이 계상돼 있다 한다.
보수공사를 실시한 도로의 연장을 보면 전장4백28km의 도로에 대해서 지난 5년 동안 4백28km나 보수한 것이므로 전 노면이 한번 이상 손질된 것이나 다름없다. 결국 공사완공 후 5년 동안에 전 노면을 손질했다는 것은 당초 공사에 너무나 문제점이 많았었다는 데 기인된다.
원래 그처럼 큰 공사를 그처럼 싸게, 그리고 또 그처럼 빨리 완공시켰다는 것부터가 자랑이라기보다는 문제성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공사기간 중에도 여러 번 지적한 바 있다. 돌격공사로 시공된 노면으로서는 안정성을 보증하기 힘들뿐만 아니라 충분한 비용을 투입하지 않은 공사가 계속적인 보수를 필요로 하지 않을 수 없겠기 때문이었다.
물론 처음 시도되는 고속도로였기 때문에 빨리 준공시켜 그 성과를 과시해 보았으면 하는 심리에 사로잡힐 소지가 있었고, 그밖에도 공사수행에 미숙한 경험 등이 곁들여 결함이 커질 수밖에 없었으리라는 것도 알만하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이를 토대로 해서 시공기술이 크게 향상되었고, 그 때문에 개통된 다른 고속도로의 질은 경부고속도로 보다 훨씬 나아졌으며, 그에 따라서 보수비 투입비율도 떨어졌으리라고 판단된다. 그러므로 경부고속도로 하나만을 떼어서 왈가왈부하는 것은 공정한 처사가 될 수 없다 하겠으며, 고속도로 건설사에서 차지하는 하나의 교훈으로서 이를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원래 대공사는 충분한 계획검토와 충분한 공사비용, 그리고 충분한 공사기간을 주어 한번 완공하면 여간해선 추가비용이 들지 않도록 착실히 하도록 하는 것을 교훈으로 삼아야 하겠다. 비단 도로만이 그런 것이 아니다. 「아파트」공사·항만공사·하천공사·「댐」공사·발전시설건설공사 등 사회자본으로서 수대에 걸쳐 국력의 기초가 될 성질의 공사는 처음부터 시험적으로 할 것이 아니라 백년대계의 일환으로 착실하고 안전하게 추진하는 것이 절대적인 요건이다. 그래야만 결과적으로 국력을 낭비하지 않고 축적하는 이득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대공사는 일단 완공되면 그것이 부실하다 하더라도 좀처럼 해서는 폐기할 수가 없는 것이며, 때문에 당초 공사비보다도 보수비용이 결과적으로 더 들어가는 것을 막을 수 없음을 좋은 경험으로 살려야 하겠다.
흔히 지적되는 일이지만「로마」시대에 건설된 도로가 2천년이 지난 오늘에 있어서도 여전히 유용한 도로구실을 다하고 있는 예에서 보는 바와 같이, 당초 공사를 철저히 한다면 후손들에게 얼마나 훌륭한 유산이 되며 그 과실이 무한한 열매를 맺게되는 것임을 상기해야 한다.
오늘날 세계도처에 남아있는 역사적 유산 치고 정성어린 피와 땀의 소산 아닌 것이 없음을 유의할 때 우리는 만사에 좀더 넓은 시야와 역사적 안목을 가지고 모든 일을 처리해 나가야 할 것이다. 조급한 성과보다는 하나하나 벽돌을 쌓아 올림으로써 궁극적으로 튼튼한 기반을 다진다는 자세가 아쉬운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