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유엔」외교의 풍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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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한반도 총선거 실시를 결의한 제2차 총회이래 28년간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후견 역을 맡아온 「유엔」으로부터 이탈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인도차이나」에서 「크메르」와 월남이 차례로 공산화된 것과 관련해 정부 고위 소식통이 「유엔」의 무능·무력을 지적한데 이어 박준규 공화당 정책위의장이 비동맹 좌경세력에 의한 「유엔」변질을 이유로 들어 탈 「유엔」필요성을 주장하고 나섰다. 한국 문제의 탈「유엔」정책은 한국정부의 능동적인 자세에 의한 것이 아니라 「유엔」에 의해 피동적으로 이미 추구돼온 것이 현실이다.
「유엔」은 해마다 한국문제를 자동 상정 해오던 방식을 지양, 운영위의제에서 이를 제외한 71년의 제26차 총회를 계기로 73년에는 「유엔」이 한국에 설치한 2개의 대표기구 중 하나인 UNCURK(「유엔」한국통일부흥위원단)를 해체했으며 지난해에는 휴전협정대안과 「유엔」군사해체협의를 안보 위에 넘길 것을 골자로 한 서방측 안을 의결함으로써 탈「유엔」화의 길을 걸어왔다.
이런 추세 때문에 올 가을 제30차 「유엔」총회에서의 한반도 문제는 ▲주한「유엔」군사의 존속여부 ▲주한미군주둔문제 등이 주제가 될 것이 확실하며 작년과 다른 게 있다면 상황의 변화다. 4년만에 표 대결이 이루어진 지난번 제29차 총회에서 북괴지지 결의안은 종전과는 달리 찬성48·반대48·기권38로 찬반동의를 얻어 비록 부결은 됐어도 「쇼크」로 받아들여졌다.
북괴는 올 가을「유엔」에서의 고지 탈환에 혈안이 돼 있는 상태. 「유엔」과 외교망 확대를 위해 북괴는 3월말 현재 19회에 걸쳐 48개국에 사절단을 파견했고 23개국으로부터 30개 외국 사절단을 불러들이는 등 끈질긴 외교공세를 펴고있다.
북괴의 표 대결전략 때문에 일부의 탈「유엔」 주장에도 불구하고 작년처럼 재대결이 불가피한 현실이라는 외무부 소식통의 견해다. 사실상 한국을 지지했던 「크메르」의 공산화, 「포르투갈」·「차드」의 좌경, 양쪽에 기권했던「피지」와 6월에 독립할「모잠비크」의 북괴수교 및 인지사태에 따른 동남아의 중립화 경향 등 북괴에 유리한 상황 변화가 아닐 수 없다.
특히 비동맹국가「그룹」은 「유엔」을 크게 변질시키면서 북괴이익을 적극적으로 뒷받침할 것으로 전망된다.
74개국의 회원을 가진 이들은 반식민 및 반미·반제국주의 등을 골간으로 한 정치·경제적인 결합체로서 비동맹의 동맹적 돌풍을 일으키면서 작년「유엔」에서도 한국 측 결의안에 찬성15, 반대30에 비해 북괴 측 결의안에는 찬성36, 반대10의 전폭적인 지지를 맡고 나섰다.
더우기 이들은 지난3월 「쿠바」에서 열린 비동맹국조정 위 각료회담에서 북괴의 비동맹 그룹」가입권고안과 한국문제에 관한 북괴 입장지지 선언문안을 채택하기에 이르렀고 이에 따라 북괴는 오는8월25일부터 5일간「페루」에서 개최되는 비동맹외상회의에서 이 「그룹」에 가입될 것이 거의 확실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러나 외무부고위 소식통은 표 대결에서 양쪽결의안의 동시 가결 전망도 있으나 우리가 더욱 유리한 입장임은 확실하다고 설명하고 있다.
외교관계 수립현황을 볼 때 북괴가 75개국인데 비해 한국이 94개국으로 우세하고 경합대상국가인 41개국에 대한 노력여하에 따라 비관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주한외국군(미군)의 철수문제는 인지사태후 한반도의 군사적 위협 현재 및 아울러 소련군대의 「바르샤바」조약 가맹국에 대한주둔 문제와 관련되는데 따른 소련 및 동구제국들의 회피로 북괴주장이 호소력을 잃을 것으로 외교 소식들은 풀이하고있다.
문제는 「유엔」사 해체. 해체원칙은 지난해 이미 결정되었으며 해체되는 경우 주한 「유엔」군 지휘의 현 미군은 단순히 한·미 상호방위조약에 의한 주둔으로 바뀔 뿐이다.
따라서 초점은「유엔」군사가 담당해 온 휴전협정 당사자의 대체 방안과 평화·안정체제의 확보에 쏠려있다.
탈「유엔」을 위해서는「유엔」사 해체의 전제인 휴전협정대안 및 안보체제가 선결되어야하며 이를 위해 우리 외교는 「유엔」에 있어서의 단순한 득표 외교차원을 넘어서 강대국을 상대로 한 능동적인 외교 협상을 병행하는 방향 선회를 이루어갈 것 같다. <한남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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