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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대화와 적십자정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북괴의 남침야욕을 분쇄하기 위한 전국민적 결의가 그 어느 때보다도 고조되고 있는 요즘이다.
이와같은 움직임은 북괴의 무모한 전쟁도발을 사전에 저지하려는 의지의 표현이며, 궁극적으로는 한반도에 안정된 평화질서를 정착시키려는 한국민의 진지한 노력의 일환이다. 우리국민의 일치된 안보결의는 어디까지나 평화 지향적이며, 평화에의 갈망을 담은 것임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4년전 우리 정부의 「이니셔티브」에 의해 역사적인 남북 적십자회담이 제의된 기본 동기도 바로 이같은 인도주의적 평화의지에 바탕 한 것이었음은 물론이다.
인도적인 사업의 타개로써 궁극적인 문제의 해결에 이르는 방법만이 가장 착실한 길임을 믿고있는 것이 우리측의 현실주의적인 접근방식의 근본동기였었다.
국토통일이라는 거창한 정치과제 역시 이러한 가장 원초적인 인간애의 발휘를 통해서만 해결할 수 있는 것이며 냉정한 정치적 「이데올로기」만으로는 달성되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측의 이와같은 인도주의와 공존적 발상이 북괴의 무모한 「혁명」도발전략으로 배신당한 것은 이미 오래되었다. 적십자의 인도주의 정신마저도 그들은 「남한혁명」을 위한 불순한 정치목적에 이용하려했던 것이다.
요즘 서울에서는 「청소년과 국가개발」을 주제로 한. 아태지역 청소년적십자지도급회의가 역내 16개 국가대포와 「업저버」의 참가 리에 열리고 있다. 개막식 날 김종필 국무총리는 치사를 통해 『우리는 한반도에 평화가 정착될 때까지 적십자정신에 따라 끝까지 남북대화를 추구해 나갈 것』임을 재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총리의 이 같은 언급을 빌 것도 없이, 평화정착을 통해 한반도의 통일을 달성하려는 우리의 입장은 시종일관 분명한 것이다.
남북한간의 휴전상태를 불가침조약으로 공고히 다져놓고, 상호간의 무력부사용과 내정부 간섭에 기초하여 교류의 폭을 점차 넓혀 가는 과정에서 통일의 길을 다져가자는 것이다. 6·23선언이 바로 그러한 취지를 좀더 구체화한 방안이라 할 수 있다.
물론 우리국민은 공산주의적 통치방식이나 생활양식을 전적으로 거부한지 이미 오래다. 우리는 자유 민주적 생활질서라는 값있는 수호대상을 간직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질적인 체제간에 평화를 정착시켜 궁극적인 통일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체제의 차이를 초월해서 서로 인도주의 정신에 투철하려고 하는 정직한 열의와 성실한 노력이 수반되어야 한다고 믿는 것이다.
때문에 북괴는 한반도 현실을 「혁명」이라는 망상에서 바라보려는 시대착오적인 모험주의와 광신적인 구조주의를 시급히 포기하지 않으면 안 된다. 한국은 결코 월남이 아님을 알아야한다. 한반도 평화의 길은 오로지 북괴가 망상을 포기할 것을 전제로 하여 남북한간의 공존원칙을 받아들이는 데서부터 출발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같은 원칙은 동북아의 안정된 노력균형을 정착시키기 위한 미·일의 외교적·군사적 억지노력과 소·중공의 자제를 필요로 한다. 북괴의 교조적 모험주의는 군사적 균형으로만 좌절시킬 수 있지, 이제 언어의 설득으로는 포기될 수 없다고 보이기 때문이다.
한편 우리는 주변 강대국간의 세력균형을 안정화시킬 수 있는 외교노력과 병행해서 북괴로 하여금 현상타파노선을 포기할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적극적인 안보역량 확립과 대화추진을 병행시켜야 할 것이다.
우리는 이번 회의에 참석한 각국의 청소년지도자들이 우리나라 적십자사가 제창한 이같은 남북대화의 참뜻을 이해하고 우리의 노력에 성원이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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