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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회장 구속 한달…SK 계열사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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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최태원 SK㈜ 회장이 구속된 지 한달이 지난 요즘, SK는 충격에서 벗어나 차츰 안정을 되찾고 있다.

SK글로벌은 지난 19일 은행공동관리 결정으로 차입금 상환이 유예돼 부도의 악몽에서 벗어났다. SK㈜는 가장 우려했던 원유 도입이 순조롭게 이뤄지고 있고, SK텔레콤은 지난 20일 차이나유니콤과 합작법인 설립 계약을 체결했다.

SK 구조조정추진본부 김만기 부장은 "각 계열사들은 정상적인 경영활동을 수행하고 있다"면서 "충격에서 거의 벗어났다"고 밝혔다.

◆SK㈜와 SK텔레콤은 순항 중=SK글로벌이 잘못된다면 가장 타격을 받는 계열사는 SK㈜다. 글로벌에서 받을 순채권이 1조5천억원인데다 최대 주주(지분율 39%)인 까닭에 투자손실 우려도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주가가 40% 가량 떨어져 6천원에 근접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SK㈜는 주주.소비자들의 불안감을 가라앉히는 데 힘을 쏟았다.

"자사 이익을 훼손하면서 지원할 순 없다"며 글로벌 정상화를 도와야 한다는 일부 채권단의 주장을 일축했다. 또 글로벌 투자지분의 손실 중 4천8백억원 가량을 이미 회계장부에 반영했다.

SK㈜ 관계자는 "받을 돈을 못받는 한이 있더라도 추가지원해선 안된다는 게 사내 중론"이라면서 "이럴 경우 독자 생존엔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주가가 지난 21일 7천7백20원으로 올라가는 등 뚜렷한 회복세를 탔다. SK㈜ 노동조합도 지난 22일 그룹 구조조정본부 해체와 계열사간 지급보증 거부 등 독자경영을 주장했다.

또 쿠웨이트 등 산유국으로부터 받는 원유도입 계약 물량(크레디트 라인)이 대폭 줄어들 가능성도 있었지만 황두열 부회장 등 경영진들이 산유국을 설득해 이를 막았다.

SK텔레콤은 글로벌과는 지분관계나 상거래가 얽힌 게 거의 없지만 계열사라는 점에서 불안해하는 주주가 많았던 게 사실이다.

표문수 SK텔레콤 사장이 중국 베이징을 방문, 차이나유니콤과 합작법인 설립 계약을 체결한 것도 이를 해소키 위한 것이었다. 텔레콤 주가는 글로벌 사태 발생 이후 16만원선에서 14만원선까지 떨어졌다가 21일께에는 거의 원상을 회복됐다.

◆SK글로벌은 은행관리 중=SK글로벌측은 일시에 몰리는 채권상환만 유예된다면 회생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주장한다. 글로벌 관계자는 "일부 거래선이 문의를 하지만 수출에 큰 차질을 빚을 정도는 아니다"며 "이달 수출은 당초 목표보다 10% 가량 초과 달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직원들도 최근 '회사를 살리자'며 자사주 매입운동을 시작했다. 또 은행공동관리 결정으로 차입금 상환이 유예됐다.

SK글로벌의 실사기관으로 선정된 삼일회계법인은 실사단을 구성, 이번주 초부터 6주간의 일정으로 실사를 시작한다. 5월 초께 실사 결과를 제출할 계획이다.

또 글로벌 채권단은 일부 해외 채권금융회사들이 소송 등을 통해 채권 회수에 나섬에 따라 재정자문사로 UBS워버그, 법률자문사로 미국의 '클리어리 고트리브 스틴 앤드 해밀턴사'를 선정, 이들로 하여금 해외채권단과 채무만기 연장을 위한 협상을 벌인다.

이 과정에서 글로벌의 추가 부실이 나오면 부채 탕감 등 대규모 채무 재조정이 불가피하다.

업계 관계자는 "이럴 경우 은행도 큰 손실을 보며, SK㈜도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 있다"며 "崔회장이 담보로 맡긴 계열사 주식을 잃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영욱.염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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