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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수뇌의 안보 여정|정 의장의 「워싱턴」 4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정일권 국회의장은 4일간의 방미 중 상·하 양원 80여명을 접촉해 「면담외교」를 벌였다.
그 중에서도 8일 「도널드·프례이저」하원의원 조찬에 초대해 1시간 40분간 면담한 것은 청문회 개최여부와 관련해 주목됐다.
정 의장은 처음엔 정운갑·황호동 의원을 「프레이저」의원과 만나게 하려다 직접 나서 숙소인 「매디슨·호텔」에서 조찬을 같이하자고 초청해 수행의원들과 함께 만났다.
「프레이저」는 미 의회가 행정부를 견제한다고 하지만 우리 미국 의회는 여론의 견제를 받는 고충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미국의 여론이 좋아지게 하려면 한국의 국내문제가 조용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프레이저」는 김관석 목사의 구속사건 전후 사정을 물었다.
황호동 의원은 한국의 민주주의가 개화되지 않았다고 해서 안보를 등한히 할 수는 없는 현실이라고 강조했고….
조찬 후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오면서 기자와 만난 「프레이저」 의원은 『청문회를 강행할 것인가?』고 묻자 『두고보자』고 했고 『76 회계년도에도 75년처럼 한국 군원에 조건을 붙이는 수정안을 낼 것인가』라는 질문엔 『아직 미정』이라고 대답.
○…정일권·「포드」 회담이 8일 상오 백악관에서 15분간 이루어진 뒤 면담 「브리핑」은 함병춘 대사가 했다.
백악관 잔디밭에서의 「브리핑」에는 미국 기자들도 몰려 왔고 이런 질문 저런 대답이 오가다가 UPI기자가 『「포드」는 미군이 내다볼 수 있는 장래에는 한국에 계속 주둔한다』 고 했는데 그것은 「포드」 행정부가 계속되는 기간을 의미하는가 하고 물었다.
함 대사는『나는 그렇게 해석한다』고 답변했다.
그러나 유도 심문에 말려든 「포드」 행정부 기간중의 불철수 보도로 이른바 「로키트」가 서울에서 날아왔다. 입장이 난처해진 주미 대사관은 한국 특파원들에게 전화해 그 부분의 삭제를 부탁했다.
그러나 보도 뒤의 일이라 손을 쓸 수가 없었다.
그날 하오 정 의장은 일본의 「상께이」(산경)신문 기자를 「호텔」에서 만나 미군은 「기한을 정하지 않고」 한국에 계속 주둔한다고 말하여 혼란은 가중 됐다.
그러나 함 대사의 대답은 포드 대통령의 입장을 고려한 미국식 대답이고, 정 의장의 말은 서울을 의식한 희망적인 답변일 따름이라는 분석.
정 의장이「워싱턴」 방문 중 직접 만난 사람은 「칼·앨버트」 하원 의장을 비롯하여 양원의 공화·민주 양당 원내총무들, 외교위원장들, 그리고 군사위원장들 등 절반 가량의 상원의원들과 또 40명 정도의 하원의원들. 의사당의 지하철에서는 「골드워터」 상원의원과 마주치기도 했다.
정의장 말대로 한가지 아쉽다면 1백 명이 넘는 초선의원들은 만날 기회를 갖지 못한 것.
○…정 의장이 만난 의원들은 대부분 선거구에 내려가고 없어 정 의장 일행과 나눈 대화 내용을 알 수가 없다.
다만 본시 보수적이고 친한파로 통하는 「스트롬·더몬드」 상원의원 같은 이는 한국의 입장을 지지한다고 말하고 그러나 미군을 한국 안에서 이동하는데는 반대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국 안에서의 이동, 그것은 주한 미 제2사단을 서울 이남으로 이동하는 것을 의미했다.
주미 함병춘 대사가 베푼 「리셉션」에서 「앨버드」 의장은 정 의장의 의회 설득이 얼마나 효과를 낼 것 같은가고 질문을 받고는 『정 의장과의 이야기는 인상적이었다』고만 말하고 『나는 「오클러호머」 사람들이 하는 「파티」에 가야 해』하고 총총히 사라졌다.【워싱턴=김영희·조남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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