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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의 날에 이뤄진 스승이 집념|"자동차에 치인 고아제자에 법적 보상금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약한 사람에게는 관심을 가져 주지 않는 법이 야속하기만 했습니다. 그러나 메마른 인정 속에 끝내 기대할 곳은 법밖에 없더군요-.』
「하이킹」을 하던 중학생의 경주용자전거에 치여 두개골 골절상을 입고 2년 동안 치료비 한푼 받지 못한 채 병상에 누워 있는 고아제자에게 법의혜택을 받게 해주려는 스승의 마지막 집념이 대한법률구조협회의 도움을 받게 됐다.
이 협회 서울지부 조우현 검사는 법의 날인 1일 고아출신의 제자 서금자 양(18·경기도의정부시 호원동276·화랑보육원)의 딱한 사정을 호소하는 의정부시 배영 국민교 채수언 교사(33)의 진정에 따라 서양의 특별대리인 선임신청서를 서울민사지법 성동지원에 제촐, 서양에 대한 법률구조에 나섰다.
서양이 교통사고를 당한 것은 73년 6월3일 상오11시쯤. 일요일이던 이날 서양은 채 교사부부를 따라 교회에 가기 위해 보육원 앞 건널목을 건너다 친구들과 어울려 의정부 쪽으로 달려오던 이 모 군(18·당시 서울 D중학 3년)의 경주용자전거에 치여 두개골 골절 및 뇌척수파열의 중상을 입었다.
4세 때부터 화랑보육원에서 자란 서양은 국민 교를 졸업한 뒤 당시 국민 교 담임이었던 채 교사 집에 기식하면서 자립할 일자리를 찾고 있던 중이었다. 채 교사는 사고가 나자 서양을 의정부 도립병원에 입원시키고 이 군의 부모가 나타나기를 기다렸다.
그러나 채 교사의 독촉을 받은 이 군의 아버지 이주희씨(서울동대문구 이문동297의15)가 병원에 나타난 것은 1주일 뒤. 이씨는 채교 사가 입원비와 치료비 36만원을 대납해 주면 나중에 갚겠다고 약속했다. 제자를 구하겠다는 일념에서 채 교사는 봉급을 털고도 모자라 동료교사들에게 빚까지 지며 서양의 뒤를 댔다. 전직 경찰관으로서 자가용을 갖고 서울에서 특정조류 사육 업을 하는 이씨를 철석같이 믿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두 달이지나 찾아간 채 교사에게 이씨는 싸늘한 표정으로『내가 언제 입원비를 댄다고 약속했느냐』며 이리핑계 저리핑계 치료비를 물지 않으려고 했다.
서양의 사건을 맡은 의정부지청은 이씨의 행위가 괘씸하기는 하지만『자전거 사고에 중과실 치상 죄를 적용한 판례가 없다』며 이 군을 사건발생 8개월 만인 74년 2월8일 가정법원에 송치해 버렸다. 그사이 화랑보육원 고아 87명이 대한변호사협회에 진정도 했지만 민사소송을 할 재력도 없어 법률구조협회에서 대리소송을 해주게 된 것. <전 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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