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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정신병환자 대부분이 「병원외 치료」에 의존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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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우리나라의 정신병질환자가 해마다 늘어나고 있으나 대부분의 환자들이 전문의 부족과 정신병 전문치료시설의 빈곤 등으로 대부분 무당이나 굿·최면사·기타 종교적인 방법에 의한 원시적인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보사부의 용역을 받아 국립정신병원(원장 박문희)과 이화여대 신경정신과 이근후 교수 등이 지난해 6월부터 정신병질환자 1천8백85명을 대상으로 한 「한국정신장애자의 역학적 연구」보고서에서 나타났다.
이 조사에 따르면 ▲전체환자의 29%인 5백48명이 무당에 의한 굿으로 미신치료를 했고 ▲사실 최면사와 이와 유사한 심리치료자에게 치료를 받은 환자는 4백29명으로 22% ▲교회 등 종교적인 방법으로 치료받는 사람이 2백53명으로 13% ▲의사의 처방이 없이 약만 복용해온 환자가 1백63명으로 8% ▲한방이 6%(1백8명) ▲자가치료 3%(49명) ▲치료를 않고 방치상태에 있는 환자가 17%(3백20명)이었다.
정신환자들이 이같이 병원의 치료가 성행하고 있는 것은 정신병전문의사와 시설이 부족하고 정신병은 의사의 치료만으로는 치유가 어렵다는 환자가족들의 인식과 보사부의 정신병분야에 대한 시책소홀 등 때문인 것으로 지적됐다.
30일 보사부에 따르면 우리나라 정신병환자는 입원을 필요로 하는 환자만도 7만5천명으로 상주인구 1만명당 소요병상수가 25개(미국40개)이나 실제로는 1개밖에 안되어 현재 전국에는 1백개 정신병 전문치료기관에 3천3백명만을 수용하는 시설뿐이어서 겨우 환자의 4.4%만을 수용할 수 있는 실정이다.
또 정신신경과 전문의는 모두 1백56명으로 전문의 한사람이 도맡고 있는 인구가 24만여명. 이는 우리나라 전체 전문의의 1인당 평균담당 인구수 6천4백여명에 비해 40배의 높은 가중치를 보이고 있다.
각 시·도별로 보면 강원도와 충북도에는 아예 정신과 전문의사나 시설이 없고 제주도에는 1명, 경남은 3명뿐이고 64명이 서울에 집중 배치되어 있어 강원·충북도는 환자들이 치료를 받으려면 서울이나 다른 도에 가야하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박문희 원장은 미국 등지에서는 의료기관의 전체병상수의 절반이 정신병환자를 수용하는 병상이라면서 우리나라도 산업공해증가로 정신병환자가 늘어나는 추세에 있어 보다 시급한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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