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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의 대화 기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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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대화는 흔히 민주정치의 요체로 불린다. 기본적으로 대화를 통해서만 이견의 통일과 국민의 일체감 형성이 촉진될 수 있다는 뜻이다.
대화란 신의와 호 양 정신을 바탕으로 상호 견해의 조정을 꾀하는 것이다. 그 파경을 거칠 때 다수 의견과 소수의견은 비로소 하나의 통합된 의견으로 융합하게 된다. 인지사태와 김일성의 중공방문 등 최근의 사태발전은 우리의 안전보장에 대한 깊은 관심과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지금 국론의 통일과 국민의 일체감형성문제는 무엇보다도 중요한 초미의 과제라 아니할 수 없다. 그리고 이 같은 움직임은 비단 우리국민들 자신뿐만 아니라 우방 요로 당국자들까지도 큰 관심을 표명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정치권의 진지한 대화의 필요성이 특히 자유국가전체의 안보적 차원에서 고양되고 있는 것이다.
최근까지도 여-야간에는 진정한 의미의 대화는 거의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야당당수와 정부·여당을 잇는 대화의「채널」은 완전히 막혀 있었다. 이러한 여야간 대화의 단절은 정치의 경화, 정국의 경색, 그리고 시국관의 괴리를 날로 확대시켰다. 그렇기 때문에 최근 여야가 상호 일체의 과거사를 논하지 않고 안보적인 차원에서 진지한 대화를 나누려 하고 있은 것은 기대를 걸 만하다.
여당이 야당에 정치휴전을 제의한 것이라든지 김영삼 신민당 총재가 박대통령면담을 제의하는 자세, 그리고 그후의 여야의 신중한 태도가 모두 그러하다.
신민당의 김 총재가 과거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가 당면한 오늘의 현실과 내일의 대비에 관해 논의하자고 한 것은 더 말할 나위 없이 건설적이고 한결 진지한 자세로 평가된다.
여야 영수회담은 여-야간 대화의 최고형태로 볼 수 있다.
중대문제가 있을 때 정부-여당의 지도자가 야당지도자와 차원 높은 협의를 하는 것은 민주국가에서는 마땅히 있어야 할 관행이다. 국가가 난국에 처할 수록 차원 높은 대화는 국내정치의 파고를 진정시키고 시국관을 조정하기 위해 될 수적으로 요청된다.
박대통령과 김 총재의 시국관이 한번의 면담으로 과연 조정될 지는 물론 확언키 어렵다. 그렇지만 이런 회담이 이루어지면 적어도 시국관 조정을 위한 하나의 기틀이 마련될 수는 있을 것이다.
오늘날 국민의 안보관·시국관의 통일과 여-야간 대화체제 정비의 기틀이 조성되어야 할 필요는 국내외의 양식 있는 모든 사람들이 입을 무아주장하고 있다.
현재까지 여-야간에는 안보와 자유를 대립개념으로 보는 듯한 느낌마저 금하기 어려웠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실상은 안보란 우리의 자유와 생명을 지키는 의미의 안보이며 안보가 없을 때 자유 또한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자유와 안보는 통합개념이어야지 대립개념일 수 없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하겠다.
이러한 대화의 기운 및 안보태세확립과 관련해 이미 여야가 합의했던 안보국회도 조속히 소집돼야 하겠다.
여야영수의 차원 높은 대화뿐 아니라 정치전반에 대화와 화해의 기운이 넘쳐야겠기 때문이다.
모처럼 머리를 내민 대화의 기운이 난국을 타개하는 전기로 발전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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