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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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뮤지컬」이나 음악영화라면 더 말할 나위도 없지만 일반영화에서도 음악이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높은 편이다. 영화음악 가운데서 잊혀지지 않는 명곡이 많은 것도 그 까닭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영화음악에 별반 신경을 쓰는 것 같지 않다. 우리나라 영화음악 가운데서 성공한 것이래야 고작 대중가요 정도의 인기를 얻는데 그치고 있다. 영화 속의 분위기를 살리는데 있어서 음악의 역할이 거의 절대적인 것이라면 최소한 어떤 음악이 그 분위기를 살릴 수 있는가에 대한 신중한 배려가 마땅히 전제돼야 할 것이다. 이번 주말 방영되는 『카르멘』과 『센티멘틀·저니』는 음악이 분위기를 어떻게 이끌고 가는가를 보여주는 좋은 예가 된다.
이번 주의 주말외화는 TBC 『카르멘』(Carmen Jones)을, KBS가 『연발총은 알고 있다』(Gun Glory)를, MBC가 『센티멘틀·저니』(Sentimental Journey)를 각각 방영한다.(★표는 미「밴텀」사판 『TV영화』의 평점)
『카르멘』(★★★1/2·TBC 26일 밤10시30qns)은 55년 미20세기 「폭스」사 작품으로 「오토·프레밍거」감독, 「도로디·댄드리지」 「해리·벨러폰테」 「펄·베일리」가 주연하는 「뮤지컬」이다. 「비제」의 가극 『카르멘』이 이 영화의 원곡이지만 영화화되기에 앞서 「브로드웨이」의 「뮤지컬·드라머」로 공연돼 큰 성공을 거두었다.
물론 가극 『카르멘』을 그대로 각색한 것은 아니고 현대화한 것이므로 따라서 음악도 영화음악의 거장 「오스커·해머스타인」2세가 「재즈」풍으로 「어레인지」했다. 『카르멘』서곡을 「재즈」화한 「톱」부분은 압권. 미군부대의 일등병과 군인식당「웨이트리스」와의 사랑이야기를 그리고 있는데 일등병역의 「벨러폰테」는 흑인특유의 음색과 연기로, 「웨이트리스」역의 「댄드리지」는 뛰어난 아름다움으로 음악과 함께 이 영화를 높은 수준으로 이끌고 간다.
『연발총은 알고 있다』(★★·KBS 27일 밤10시) 는 57년 미MGM사 작품으로 「로이·롤런드」감독, 「스튜어트·그레인저」 「론더·플레밍」이 주연하는 전형적 서부극이다. 전형적 서부극이라면 적당하게 애정이야기를 곁들이고 치고 받는 장면을 보여주면서 「해피·엔딩」되는 것을 말한다. 말하자면 이 영화는 그러한 전형적 서부극의 공식을 그대로 적용한 작품이다.
총잡이「그레인저」는 오랜 방랑생활을 마치고 고향에 돌아오지만 사랑하던 처는 이미 죽고 외아들 「톰」마저 아버지를 외면한다. 그를 동정하는 마을 상점점원 「플레밍」과 함께 살게된 「그레인저」는 정의감에 불타올라 악질 목장주와 생명을 건 투쟁을 벌인다는 줄거리. 비교적 호화「캐스트」인 셈이지만 공식 그대로를 따르면서도 그 나름대로의 특징을 살릴 수 있는 서부극의 강점을 제대로 살리지 못한 흠이 있다.
『센티멘틀·저니』(★★★·MBC 26알 밤10시30분)는 46년 미20세기「폭스」사 작품으로 「월터·랭」 감독, 「모린·오하라」 「존·페인」 「코니·마셜」이 주연하는 「멜러드라머」이다. 「월터·랭」은 『왕과 나』 『캉캉』을 연출한「뮤지컬」의 「베테랑」. 「뮤지컬」은 아니지만 이 영화도 음악으로서 분위기를 잘 이끌어가고 있다.
특히 주제곡 『센티멘틀·저니』는 감상적인 「멜러디」로서 전 세계에 널리 불려졌다. 「모린·오하라」는 원래 활극 쪽에 재능을 보여 한때 「존·포드」 일가의 가족으로 지목되기도 했지만 이 영화에서는 오랫동안 병고를 겪다가 마침내 외롭게 죽어가는 연극배우의 역할을 해낸다. 그의 양녀역을 맡은 꼬마배우 「코니·마셜」의 애처로운 연기는 이 영화를 한결 애조 띤 분위기를 이루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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