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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양회 앞두고 쿤밍에서 최악 테러…160여명 사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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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연례 최대 정치행사인 양회(兩會·전국인민정치협상회와 전국인민대표대회) 개막을 이틀 앞둔 1일 윈난성(雲南省) 쿤밍(昆明)에서 민간인 160여명이 죽거나 다친 최악의 테러 사건이 발생했다. 신장(新疆) 위구르족 독립세력이 주도한 것으로 보이는 이번 사건은 시진핑(習近平) 주석이 주도하는 개혁 확대와 제도화를 논의하는 양회를 겨냥한 것으로 추정돼 향후 중국 정국에 상당한 영향이 예상된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1일 밤 9시 20분쯤 쿤밍 철도역에서 복면을 쓴 괴한 5 명이 역 광장과 매표창구에 줄 서 있던 시민들에게 무차별적으로 흉기를 휘둘러 29명이 숨지고 130여 명이 부상했다. 부상자 중 중상자가 많아 사망자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경찰은 현장에서 범인 4명을 사살하고 1명을 체포했다. 범인 중엔 여자 2명이 포함됐으며 그 중 1명이 생포됐다고 덧붙였다. 목격자들은 검은색 복면을 쓴 괴한들이 길이 40㎝ 가량의 칼을 들고 매표창구로 들이닥쳐 흉기를 마구 휘둘렀다고 전했다. 경찰은 사건 현장에서 위구르족 독립세력이 사용하는 깃발과 흉기 등이 발견된 점으로 미뤄 신장 독립세력의 소행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국가 치안 최고 책임자인 멍젠주(孟建柱) 중앙정법위원회 서기와 궈성쿤(郭聲琨) 공안부장이 현장에 급파돼 수사를 지휘하고 있다. 중국 공안부는 전국 공공장소에 대한 비상경계태세 강화를 지시했다.

앞서 지난달 20일 푸정화(傅政華) 베이징(北京) 공안국장 겸 공안부 부부장은 '수도 주변 및 서북지역 경계업무협력 회의'를 열고 베이징 주변 6개 지역과 간쑤(甘肅), 산시(陝西), 칭하이(靑海), 닝샤(寧夏), 신장 등 서북지역 6곳을 사상 처음으로 양회 경비지역에 포함했었다.

이번 사건은 3일과 5일 각각 열리는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정치자문기구)와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국회 격)에 상당한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이번 양회는 지난 1년 동안 시 주석이 주도해온 60개 항목의 개혁 조치를 점검하고 이를 확대하기 위한 제도화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이번 사건으로 신장과 티베트 몽고 등 분리독립세력에 대한 강경조치들이 우선 논의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경우 55개 소수민족에 대한 정책이 화합과 동화에서 감시와 억압으로 바뀔 가능성도 있다.

1인 권력체제 구축에 성공한 시 주석에 대한 당내 반발도 예상된다. 이번 사건이 시 주석의 강경개혁에 대한 반작용으로 이해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신화통신은 2일 이번 양회에서는 개방형 제도적 경제시스템 마련과 안전위주의 정치체제구축, 스모그 퇴치 등 생태개혁 등 10개 영역에 대한 구체적인 개혁제도화 방안이 논의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양회는 13일까지 계속된다.

한편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은 1일 대변인 성명을 통해 "무고한 평민을 살상하는 행위는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 될 수 없으며 반드시 법으로 처벌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베이징=최형규 특파원
[사진 AP·신화=뉴시스, 로이터=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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