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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수요의 과감한 절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정부는 당면경제문제 중 국제수지의 개선에 가장 우선적으로 대처해 나갈 것이라고 거듭 밝혔다.
이 같은 정책방향의 재 천명은 올해 1·4분기중의 경제동향을 종합 결산한 결과 국제수지면의 애로가 예상 이상으로 견고하고 어떤 부문에서는 더욱 악화되는 현상마저 나타남으로써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게 된 때문이다.
국제수지의 역조폭은 장기개발계획상으로도 81년까지 계속 확대되는 것으로 추산되어 있으나 남 부총리가 지적한대로 문제의 핵심은 당면 국제수지적자의 절반이 신속한 대처를 필요로 하는 단기외채라는 점이다.
단기적인 대외균형의 회복을 위해서 갖가지 대응책을 마련하여 일부는 이미 상당한 실효를 거두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본 난에서 여러 번 지적한바 있듯이 이러한 임기응변식 단기대응과 아울러 보다 장기적인 국제수지 구조개혁이 산업정책적 연관에서 참을성 있게 꾸준히 추진되어야함을 다시 강조하고 싶다.
비록 해외요인이 크게 작용한 탓이라지만 국제수지의 애로가 가장 첨예화하고있는 시점에서 기왕에 이를 근본적으로 해결해 나가겠다는 방침을 정했다면 산업 구조적인 측면에서 종합적으로 재검토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수출입구조, 생산·소비구조, 개발정책방향까지도 필요하면 과감하게 과거의 관행에 집착함이 없이 바꾸어나갈 수 있는 전진적인 접근이 필요할 것이다.
지난 12·7조치이후 정부가 펴나온 일련의 국제수지대책이 국내자원개발형으로 경제정책체계를 개편하겠다는 의도와 관련되어 있음은 충분히 인정되지만 아직도 그것이 지엽적이며 미봉적인 테두리를 크게 벗어나지 못함으로써 종합성·지속성의 관점에서는 미흡한 감이 없지 않은 것이 1·4분기 중의 정책 효과 면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물론 수출입구조의 일시적 개혁이나 급격한 정책전환은 그 운용에서 가급적 배제하는 것이 소망스러우나 문제의 중요성에 비추어 일시적인 마찰은 감수하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국내외여건의 변화는 외환의 애로요인이 점차 확대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음에 비추어 당분간은 고통스럽더라도 모든 정책기조를 외환수요의 절감이라는 바탕 위에서 밀고 가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이 경우 단기적으로는 성장목표나 소비 또는 생활수준의 일시적인 하락을 불가피하게 강요하겠지만, 전자는 인기 없는 정책을 불사하는 「정치적」과단성이, 후자는 근검절약의 기풍확립이 각각 전제된다면 능히 극복될 수 있는 성질의 것이다.
가장 시급한 수입억제만 해도 더욱 과감하게 밀고 갈 여지는 아직도 많이 남아 있다. 수입담보금 적립 등 적극적인 대책이 마련되고 있으나 보다 근본적으로는 수입대종품목의 조절이 관건임은 정부도 인정하는 바와 같다. 장기적인 산업정책과도 연관되는 양곡, 원유의 수입경직성탈피는 무엇보다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곡가 현실화나 「에너지」정책의 개편이 시급함은 국제수지 측면에서의 고려에서도 그렇다.
비록 국제경제여건이 우리가 기대하는 대로 하반기부터 호전되더라도 우리경제의 근본적인 취약점이 보완되지 않는 한 새로운 파동의 소지는 항상 남아있다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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