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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중의 경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3월중의 경제지표는 아직도 구체적으로 경기가 호전되고 있다는 징조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수출실적과 신용장 내도 상황은 약간이나마 호전되고 있으나 만족할만한 회복세를 보이지는 않고 있다. 오히려 강력한 수입수요 때문에 월중 경상수지 적자폭은 무려 2억5천만「달러」를 넘고 있다.
2월중의 생산 및 출하동향은 계절적 요인까지 겹쳐 전월 비 각각 7·4%, 6·7%씩이나 감소했으며 재고는 여전히 크게 늘어나고 있다. 3월까지의 재정수지적자는 1천7백억원에 이르고 있으며 국내여신도 같은 기간에 4천억원이나 늘어났는데도 불구하고 통화량은 거꾸로 3백6억원, 화폐발행고는 무려 7백97억원이나 줄어들었다.
국내여신이 계획을 넘어서 늘어나도 해외부문에서 빨아들이는 환수요인을 감당키 어렵기 때문에 화폐발행고와 통화량은 줄 수밖에 없는 것이다.
3개월 동안에 저축성예금은 1천7백86억원이 늘어났으므로 결국 해외부문에서 환수된 통화요인은 2천5백80억원 수준이나 되는 것 같다.
그러므로 외환보유고가 3개월 동안에 1억7천9백만「달러」나 줄었다는 것만으로는 외환사정의 변화를 모두 표현하는 것이 아니다.
한편 통화량이 줄고있을 뿐만 아니라 국제 원자재가격이 하락세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올해 들어 도매물가는 7·4%, 소비자물가는 8·4%씩이나 오르고 있다는 사실도 주의 깊게 보아야할 사항이다. 더욱이 3월중에 도매물가는 1·1%가 오른데 반해서 소비자물가는 3·3%가 올랐다는 사실은 「인플레」부담의 구체적인 확산과정으로 평가해야 할 것이다.
시차를 두고 수입원자재가격부담이 소비자에게 파급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불경기의 여파를 가격인상으로 소비자에게 전가시키는 과정으로서 소비자물가의 선도적 경향을 주시해야한다는 것이다.
생산과 출하가 계속 정체하고 있는데도 경상수지 적자폭은 강세 속에 있으며, 국제원자재가격이 안정세를 시사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도매물가 상승률은 강세를 지속하는 이 문제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그리고 경상수지 적자와 국내 여신증가의 표리 관계도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 관리되어야 하는가. 또 전국적으로 구매력은 줄고있는데 소비자물가는 한달 사이에 3·3%나 올랐다면 그것이 임금문제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것인가.
이 세가지 문제점을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 것이냐는 물론 수출동향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는 것이지만 반드시 그것과 직결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불경기를 극복하려는 국내정책과 이 문제점들은 더 밀접히 관련되는 것이다. 국제수지적자폭을 강력히 줄이려 한다면 국내여신을 지금처럼 관리해서는 아니 된다. 수출증가로 국제수지역조폭의 확대를 막으려면, 국내 물가의 상승률을 적극적으로 억제해서 수출하지 않고서는 업계가 자금난을 면할 수 없도록 유도해야 한다. 소비자 물가의 상승률이 높아지면 소비가 촉진할 뿐만 아니라 임금압력이 가중되어 수출압력은 이중으로 약화되기 때문이다.
주요 선진국의 국제수지는 이제 자원파동·유류파동의 여파를 거의 소화시켜 나가고 있음을 상기할 때, 우리는 불경기의 원인을 오로지 국제적인 요인 때문이라고만 안이하게 계속평가해서는 아니 될 것이다. 시간은 충분히 경과된 것이므로 이제부터의 경제동향은 정책이 충분히 소화시켜 나갈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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