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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전쟁] 걸프戰때 쓴 폭탄 하룻새 퍼부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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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이라크 입장에서 21일은 수도 바그다드가 불바다로 변한 '비극의 날'이었다.

하늘을 뒤덮은 미국.영국 연합군 전폭기들은 불덩이를 쏟아내듯 바그다드와 북부 모술 등에 정밀 유도폭탄 1천5백발을 퍼부었다.

여기에 걸프해와 홍해의 전함에서 발사된 토마호크 등 1천여기의 크루즈 미사일이 가세하면서 바그다드는 이날 밤 9시(현지시간)부터 8분여 동안 굉음과 함께 화염에 휩싸여 아수라장을 방불케 했다.

개전 후 이틀간 사담 후세인 대통령과 측근만을 겨냥한 제한적 공습이 사흘째를 맞으면서 가공할 파괴력을 유감없이 보여주는 대규모 전면공습으로 전환된 것이다.

미 국방부가 예고해 온 '충격과 공포' 작전이 마침내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사상 유례 없는 강력한 공습=뉴욕 타임스 등 미 언론들은 "연합군은 이날 하룻밤에 91년 걸프전 때 퍼부었던 폭탄보다 더 많은 양의 폭탄을 쏟아부었다"며 "이날 공습의 파괴력은 역사상 유례가 없을 만큼 강력했다"고 보도했다.

이날 전투기.전폭기의 출격 횟수는 1천여회였으며, 바그다드 등에 쏟아부은 정밀유도폭탄과 크루즈 미사일 수는 총 2천5백여기에 달했다. 지난 걸프전 때 한달여 동안 바그다드 등에 퍼부은 정밀유도폭탄 수는 1천6백여개였다.

게다가 당시 유도폭탄은 명중률이 7%에 불과했으나 이번엔 인공위성에 의해 목표물을 찾아가는 방식이어서 파괴 효과가 훨씬 컸다.

B-52 등 전폭기들은 멀리는 영국 등 11개국 연합국 30여개 공군기지와 5개 함대에서 발진해 폭탄을 퍼부었다. 주요 목표물은 바그다드 내 대통령궁.공화국수비대 건물 등 지휘부 건물이었다.

쿠웨이트 기지에서 발진한 전폭기를 조종해 바그다드 내 대공시설을 폭격한 조종사 데렉 왓슨은 이날 영국 가디언지에 "폭격으로 인해 바그다드에서는 수초 간격으로 대규모 폭발이 거듭됐다"고 전했다.

◆"이라크군 통제 능력 상실"=공습 직후 도널드 럼즈펠드 미 국방장관은 기자회견에서 "이라크 지도부가 통제력을 잃고 있다"고 말했다.

전의 상실로 적의 항거 능력을 마비시키기 위해 공군력을 활용한다는 게 '충격과 공포' 작전의 목표인 만큼 이번 작전은 충분한 성과를 거뒀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술탄 하심 아흐메드 이라크 국방장관은 기자회견에서 "(이번 공격은)민간인이든 뭐든 가리지 않는 무차별 공격이었다"고 비난했다.

◆교황 "전쟁이 인류애 위협"=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22일 "이번 전쟁으로 인류애가 위협받고 있다"며 미국의 이라크 공격을 강력하게 비난했다.

교황은 이라크전과 관련한 첫 공식 성명에서 "폭력과 무기로는 인류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국제환경단체인 그린피스도 21일 미.영 연합군의 '충격과 공포' 작전은 국제법에 위배되며 심각한 전쟁범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워싱턴=이효준 특파원, 서울=강홍준 기자

<사진설명>
22일 새벽(한국시간) 이라크 대통령궁이 폭격을 맞아 화염에 휩싸여 있다. 이날 연합군은 B-52.스텔스 폭격기 등을 동원해 폭격하고 1천여발에 이르는 미사일을 이라크 정부청사와 군사시설에 퍼부어 바그다드 시내를 불바다로 만들었다. [LA타임스=본사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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