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안테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확실히 그렇다.구체적인 증거를 대라고 반박할지 몰라도 요즘 들어 중요경제조처가 미리 새는 인상이 짙다. 논리적 심증정도가 아니라 나타난 사실이 그렇다. 그것도 이해대상자에게 정부조처가 먼저 누설된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이번 연탄가격인상은 허다한 예 중의 하나에 불과하다.
지난 겨울의 이상난으로 연탄이 남아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값이 오르기 며칠 전부터 가격 인상설이 파다하게 돌면서 연탄가게에서는 연탄을 많이 팔기를 거절했다.
신문에 연탄값 인상설이 비치기 전이다. 가격인상이 곧 있으리라는 것을 어떻든 연탄업자들이 먼저 입수했다는 뜻이 된다. 작년 연탄「카드」제를 실시하기 전에도 비슷한 사태가 일어났다. 비단 연탄뿐 아니다. 과거 값이 오르는 품목은 반드시 매점보석선풍이 일었다. 먼저 시장에서 물건이 자취를 감춘다.
정부당국은 반드시 가격인상을 부인한다. 부작용을 막는다는 명분이다. 그러나 조금 있으면 결국 값이 오르고 만다. 정부발표를 그대로 믿은 선량한 국민들만 손해를 입게된다. 이젠 시장에서 물건이 자취를 감추면 또 값이 오르는구나 생각하면 틀림없게 되었다.
사실 가격인상 과정을 보면 이해당사자들이 미리 눈치를 채게끔 되어있다. 현재 주요가격은 법적으로 또 행정적으로 정부의 승인이 있어야 하는데 가격인상은 업계의 신청을 통해 이루어진다.
가격인상율과 시기를 놓고 정부와 업계가 실랑이를 별이다가 결정되기 때문에 자연 업계가 가격인상을 미리 알게되는 것이다. 작년에 두 번이나 오른 기름값인상 때도 업계가 먼저 알고 출고제한사태가 있었다.
정부조처가 미리 알려지는 것은 가격인상에 국한되지 않는다. 작년12월 환율인상직전에도 환율인상설이 공공연히 퍼지고 요인이 격증했다.
환율이 오르기 1주일 전엔 그야말로 미친듯이 신용상을 개설하려고 몰려들었다. 정부에선 환율인상이 없다고 예의 부인을 남발했지만 바로 1주일 후에 환율이 올랐던 것이다. 우연으로 보기엔 너무 신기할 정도로 업계에선 환율인상대비를 했다.
지난 2,3월중의 영동투기「붐」도 마찬가지. 영동땅에 토지「붐」이 불고 돈이 물밀듯이 들어간 얼마 후에 영동·잠실의 부도심개발·반포대교계획 등이 발표되었다. 또 한강이북의 건축억제조처도 뒤따랐다.
그동안의 여러 경과를 볼 때 정부조처가 과언 물샐틈없이 보안되었느냐엔 의문이 많다.
어떤 소문이 먼저 나고 거의 반드시 소문을 뒷받침할만한 조처가 뒤따랐던 것이다. 결국 정부계획이 미리 누설되고 있다고 믿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러한 사실은 정부시책에 대한 국민의 신뢰감상실을 초래한다고 지난연초 화폐개혁세에 대해 국민들이 그토록 민감한 반응을 보인 것도 그동안의 경험이 그렇게 만들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정부정책에 대한 신뢰감 상실은 국민경제의 안정과 발전을 막는 가장 무서운 요소라 할 수 있다.
자본이나 기술은 차관을 해오거나 유입할 수 있지만 경부를 믿는 마음은 스스로 기를 수밖에 없다. 따라서 현재 가장 시급한 것은 자본이나 기술이 아니라 정부시책에 대한신뢰감 회복이다.
특히 경제부문에 있어선 신뢰감의 바탕 위에서 소망스러운 경제활동으로의 유도가 가능하다.
최근 정부에서 내세우고 있는 중산층재산형성이나 안정적 성장도 국민이 먼저 정부를 믿어주지 않으면 환상에 불과하다.
주요경제시책이 미리 누설된다는 느낌을 국민들이 갖기 시작했다는 것만으로도 중대한 사태임을 인식하고 이에 대해 서둘러 손을 써야할 것이다. 어찌보면 떠들썩한 서정쇄신보다 더 중대하고 시급한 문제라 볼 수 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