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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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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다산은『우리나라의 산림행정은 송금 영 한 조항만 있다』고 개탄했다. 소나무만은 베지 못한다는 규정이다.
『목민심서』를 집필한 연대를 헤아리면 1백50여년 전의 일이다.
『목민심서』를 보면 소나무를 제의한 나무들은 마구 베어버려도 누구하나 탓하지 않았다.
전나무(회),잣나무(백),신나무(풍),비자나무(비) 등은 그 대표적인 수목들이다. 유보수도 언제 뿌리를 내릴 겨를이 없었다.
그나마 송금령조차도 빈말(공언)에 지나지 앉았다고 다산은 안타까워했다. 관리들에게 『닭 잡아 주고, 돼지 삶아 주고 또 돈을 주면』나무는 얼마든지 베어낼 수 있었다고 한다.
백년앞은 감히 내다보지도 못하는 관리들의 사고방식은 이제나 그제나 한심할 뿐이다.
조선왕조 때만해도 우리의 산림은 7억입방m에 달했다고 한다. 오늘의 산야를 바라보면 실로 두보의 시구가 무색하다.
『국파』와 『산하폐』를 거듭하며 그 산림뢰반은 10분의1도 온전히 남아있지 못하다.
현대의 산림은 다만 산에 옷을 입히는 선화만으로는 뜻이 없다. 그 경제성도 아울러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으면 안되게 되었다. 경제성이란 자원으로서의 가치와 대용곡물로서의 가치까지도 포함해서 말한다.
최근 몇몇 산림학자들이 이른바 유보수를 『곡수』라고 부르게된 것은 한층 그 경제성을 실감나게 한다.『곡식의 나무』라는 표현은 성서에도 나온다.
『빵의 나무』라는 「마나」 수.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곡수로는 밤·호두·살구·은행·「피캔」등을 들 수 있다. 이들은 하나같이 그 수익성도 높이 평가되고 있다. 열매들은 영양가마저 곡물보다 훨씬 앞서 있어 대용식량으로도 손색이 없다.
일본의 한 수목전문가에 마르면 밤나무의 경우는 현재의 가격을 기준으로 그루 당 5천원의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호두나무는 그의 두 배에 달한다. 은행나무는 무려 10배인 5만원의 수익을 예상할 수 있다.
우리는 개발이 가능한 산지를 무려 1백60여만ha나 갖고있다.
여기에 곡수들을 심어 가꾸면 적어도 10년 뒤엔 48억 그루가 된다.이들이 베푸는 「부의 열매」는 몇10조원을 기대할 수 있다. 꿈만 같은 이야기다. 그러나 이것은 불과 10년 후의 일을 내다본 두보의 설계다.
좀 더 가까운 통계도 있다. 우리인구의 절반인 1천5백만명이 지금 당장 한사람마다 10그루씩 곡수를 심어 가꾼다면 1985년엔 1조5천억원의 수익을 얻을 수 있다.
이것은 자그마치 75년도 국가예산보다도 2천억원이나 많은 숫자다.황당한 이야기는 결코 아니다. 곡수는 산중턱은 물론 어디에나 심으면 자란다.10년 후의 식목일엔 그 꿈의 열매를 거두는 날이 될 수는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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