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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투기 부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유교적 가치 규범이 사회의 지도 이념이던 때의 우리 나라 여성의 기본적 윤리 장전은 『삼종지도』였다. 어려서는 부모에게 복종하며 효도하고, 육례를 치른 후에는 남편을 섬기며 정절을 지키고, 지아비 사후엔 자식의 뜻을 따르는 것이 여자의 도리요, 부덕으로 여겨왔다.
남자의 권위와 횡포 밑에 순종과 헌신만을 강요당했던 이 땅의 여인들은 그늘진 규방에서 한숨으로 세월을 보내면서 『봉제사·접빈객』과 바느질과 길쌈, 부엌일의 고역 그리고 잉태·분만 등 집안 대 이어주는 일에 평생을 바쳐야만 했다.
그러면서도 그들은 이것을 여자의 운명으로 체념·감수하고 나아가 그 속에서 삶의 보람까지를 찾았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여성의 지위와 역할도 시대적·사회적 상황의 변화에 따라 크게 달라졌다.
가부장 제도와 봉건적·유교적 윤리관의 동요·붕괴로 그 숙명적 속박의 굴레에서 해방됐으며, 근대화·민주화의 진전에 따라 여성의 법적·사회적 지위는 크게 향상되었다. 이리하여 여성들의 사회적 진출과 각 분야에서의 활약 및 기여도 괄목할만한 바가 있다.
그런데 문제는 일부 여성들이 여권 신장의 참뜻을 잘못 인식, 무조건 기성 윤리를 무시하는 방종한 행위로 사회적 비난과 지탄을 받는 일이 점차 많아져가고 있는 현실이다.
그 중에도 특히 부유층·상류층에 속하는 일부 부녀자들의 상궤를 이탈한 행태는 최근 집중적인 비판의 대상이 되어 큰 사회 문제로 되고 있을 뿐 아니라 나아가서는 한국 여성의 「이미지」를 크게 손상시키는 요인이 되고있다. 주체하기 어려울 만큼 많은 돈을 지니고 또 시간이 남아 돌아가는 이들 탈선한 특권층 부인들이 치맛바람을 일으키고 향수 냄새를 풍기면서 곳곳에서 극성을 떨고 있는 것이다.
최근만 하더라도 이른바 탈선 춤바람부인·보석부인·계부인·도박부인들의 행동이 많은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 왔는데 이번에는 또 이들이 대거 부동산 투기에 몰려다님으로써 뜻 있는 이의 빈축을 사고 있는 것이다.
이들 중에는 남편의 회사 공금을 임시 변통하여 투기를 하거나 계·사채 돈을 빼돌려 땅과 「아파트」를 전매하여 거액의 차익을 내는 등 부동산 투기 사업에 열을 올리고 있다고 한다. 자기 돈을 무슨 일에 쓰든, 또 어떻게 돈을 벌든 그것은 내 자유라 하겠지만 그러나 돈벌이도 돈 쓰는 일도 반사회적 성격을 띠어선 안 되고 남에게 해를 끼쳐서도 안 된다. 그런 부동산 투기가 결과적으로 오랜 근검 절약으로 어려운 살림이나마 제집 한간 마련하려는 집 없는 서민층에게는 적지 않은 피해를 주게 되는 것이다.
물론 그렇게 하여 집안 살림과 남편 사업을 돕는다고 말할지 모른다.
조선조의 아내 상을 그린 『이춘풍전』에도 남편 구실 못하는 무능한 주인공을 위해 그 아내가 삯바느질과 길쌈 등으로 생활을 꾸려 가는 얘기가 나온다. 그러나 상류층 투기 부인들은 이춘풍의 아내와는 경우가 다르다.
실상 이들은 어려운 생계 유지를 위해 부업을 하는 것도 내조를 위해 하는 것도 아니다. 오직 허영과 사치와 배금주의에의 충동 때문이다.
아마 이들은 아이들 교육은 가정 교사에게, 가사는 가정부에게 맡긴 채 떼지어 몰려다니고 있음이 틀림없다.
여성은 어디까지나 남성의 심미와 애완과 성애의 대상물이어야 하고 집안 일에 얽매어 있어야 한다는 시대 착오적인 사고에서 하는 말은 아니다. 그러나 여권 신장·여성 해방이라는 말을 법적·사회적 지위의 평등을 뜻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야지 역할 전도와 혼동으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남편과 아내의 역할과 본분은 엄연히 다르다.
여성은 가정을 지켜야 한다. 건전한 사회는 건전한 가정에서부터 이루어진다. 현모양처는 시공을 초월한 바람직한 부도요, 여인상이다. 상류층 부인들의 『수신제가』와 자숙을 바라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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