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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물 투기 「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새해 들어 일기 시작한 환물 투기 「붐」으로 금융 기관 단기 저축과 단자 회사의 돈이 많이 빠져나가고 있어 이의 제동을 위한 대책이 강화되어야 할 것 같다.
단자란 말 그대로 단기 이윤을 노리는 대기성 대금이기 때문에 보다 높은 이윤이 기대되는 투기 대상으로 부단히 움직이는 것이 생리라 할 수 있다. 그러나 그렇다하더라도 작금의 움직임은 연초 이래의 환물 투기와 관련되어 그렇지 않아도 어지러운 이 나라 금융 통화 질서를 더욱 교란시키는 현실적인 요인이 되고 있다.
한때 항간에 크게 나돌았던 화폐 개혁설이나 환율 재인상설이 정부 당국에 의해 계속 강력히 부인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환물 투기열이 식지 않고 있음은 국민의 「인플레」 심리가 그만큼 뿌리 깊다는 얘기도 되려니와 「인플레」에 대처하려는 정부의 노력이 아직도 전적으로 신임 받지 못하고 있다 할 것이다.
정부는 아직도 부동산 매입 등 환물에 열을 올리는 계층이 일부 고소득층에 국한돼 있으며, 빠져나간 시중 부동 자금이 다른 적당한 투자 대상을 찾기 어려울 것이라는 점을 들어 조만간 증시나 금융 기관 저축으로 재 환류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 듯 하다. 그러나 지난 1, 2월의 증권 「붐」도 이미 침체 국면에 빠져들고 있으며 더우기 양도소득세가 실시된 이후로도 부동산 거래가 전년 동기비 62%나 늘어나고 있는 추세를 볼 때 반드시 낙관만 하기는 힘든 현실이다.
국내외의 어려운 경제 여건에 비추어 환물 투기를 선도하고 있는 일부 계층의 윤리적 감각은 마땅히 비판받아야 하겠지만 한편으로는 급격한 「인플레」가 누진하는 과정에서 나타나기 마련인 자산의 자기 보존 본능을 경제 순환 속에서 합리적으로 소화해 나갈 제도적 장치나 정책적 보완책을 마련하는 것은 전적으로 정부가 해야할 일인 것이다. 그리고 이런 노력의 기본이 항상 통화 신용 정책의 건전한 운용에 있어야 한다는 것은 결코 새삼스러운 얘기가 아니다.
정부로서도 상반기중의 방대한 재정 지출을 상살하기 위하여 금융을 긴축 운용한다는 원칙을 세우고 단기 수신 금리와 지준율을 인상하는 등 일련의 조치를 취하고 있으나 내재적인 「인플레」 요인이 발본적으로 불식될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려운 여건이 너무나도 많다. 아직도 완결되지 않은 환율 인상의 파급 효과나, 비록 경기 대책을 위해 불가피하다지만 2월말 현재 이미 1천9백억원이나 풀려 나간 막대한 재정 지출만 해도 충분히 흡수되기 어려운 「인플레」 요인들이다.
긴축적으로 운영한다는 금융 면에서도 5백억원이 넘는 경기 관련 대출이 불가피하며, 국내 여신 한도 수정이 벌써부터 논의되고 있음에 비추어 과연 효과적인 유동성 규제가 실현될는지도 의심스럽다. 연내로 계획되고 있는 곡가 현실화도 직접적인 물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 분명하다.
그렇다면 이 같은 여러 가지 여건들은 잠재적인 「인플레」 심리를 무마하기도 어렵다고 보아야 할 것이며 정부가 좀 더 강력한 물가 안정 노력을 지속함으로써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통화 가치의 안정을 지켜 나가겠다는 확고한 결의를 국민들이 믿을 수 있게 해야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당면한 경기 대책에만 너무 집착하지 않는 장기적인 안목과 정책상의 탄력성이 요청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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