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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의 발언성찬|국회상위 언저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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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핀잔 받고 답변 정정 많아>
불과 3일간 계속된 국회상임위 활동은 15일로 정책질문을 끝냈다.
시국과 관련한 고문·국민투표부정·언론탄압 등의 집중 타에 야당의원들이 거의 동원되었으나 공화·유정회 등 여당권은 발언대열에 나서지 않거나 행정차원의 문제점들을 들고나선 것이 특색.
「성실답변」이 박정희 대통령에 의해 지시됐지만 장관들의 답변자세는 알맹이를 빼낸「두루뭉수리형」이거나 꼬리를 잡히지 않고 빠져나가기만 하려는 요령형이 대부분.
박경원 내무장관은 지난해 대구에서 있었던 상이군경 난동사건 때 야당의원 5명이 입건된 데 대한 질문을 받고『그것까지는 내가 모른다』고 했다가『요인으로 보호까지 받는 국회의원이 입건된 것을 모르느냐』는 야당의원들의 핀잔을 받고 난 뒤『입건된 것은 알았지만 그 내용은 몰랐다』고 정정.

<되풀이 된「논리적 심증」>
이원경 문공장관은 국민투표 때 경제단체에 대해 지지광고를 내도록 지시한 일이 없다고 답변했다가 신도환 의원(신민)으로부터『수박 겉 핥기 답변』이라고 꼬집혔다.
법사위에서는 고문여부를 질문 받은 황산덕 법무장관이『고문을 한 것 같지 않은 논리적 심증이 간다』고 답변하자 김인기 의원(신민)이『논리적 심증이란 말을 내세우는 것은 어휘의 희롱과 표현의 장난으로밖에 볼 수 없다』고 일격.
『그런일 없다』(고 보사),『최선을 다했다』(황 법무), 『증거를 대면법대로 다스리겠다』 (박 내무)는 등 종래의 답변 행 태를 되풀이했다.
부하직원이 써 준「메모」를 보며 답변하는「메모」답변은 관례가 되어 있지만 김동조 외무장관은「메모」를 읽고 난 후 고개를 쳐들고는「무슨 말이냐 하면…』이라고 해석 식 부연실명.
서 국방장관은 고문을 당했다는 현역의원과 대질하겠느냐는 보충질문에 답변을 멈추고 있다가 실무자가「메모」를 건네주면서 귀엣말을 해주자 그 제서야『위원회가 결정할 일』 이라고 답변.

<창경원 앞에 육교 세우라고>
의원들의 일부 저급 질문도 아직은 가시지 않은 상태.
언론문제를 중점적으로 따진 문공위에서 최성석 의원(신민)은『봄철이 됐는데 창경원 앞에 지하도나 구름다리를 놓도록 할 용의가 없느냐』는 등 시의원 같은 질문을 했고 국민투표관계에 초점이 모아진 내무위에서 박일 의원(신민)은 당구장·분식「센터」의 풍기문제·부군수제 등 핵심에서 벗어난 문제들을 거론.
특히 여당 의원들은 대개 실무적인 것을 알아보는 정도여서 법사위에서 이도환 의원(공화)은 교정행정 등을, 내무위에서 김성락 의원(유정)은 묘목 수급대책 등을 질의했다.
신민당은 고문 받은 8대의원 가운데 현역의원 3명의 증언을 율사들로 구성돼 있는 법사위에서 들을 계획이었으나 황산덕 법 무가『계엄하의 일이라 알 수 없는 일』이라고 피해 넘기자 국방위로 공격지점을 이동.

<고문 받은 의원 대기시키고>
국방위에서 한영수 의원은 8대 의원들에 대한 고문사례를 열거하고는『특히 군의관을 입회시킨 것은 죽도록 때려 주고 죽지 않도록 만 처치하겠다는 뜻이 아니냐』고 꼬집었다.
서종철 국방장관이『조사해 본 결과 고문사실이 없다』고 답변하자 한 의원은『실제로 끌려간 사람이 있고 병신된 사람도 있는데 부인만 해서야 되겠느냐』고 계속 다그쳤다.
부인발언이 계속되자 송원영 의원은 하오회의 속개에 앞서 비서를 시켜 고문폭로자 중 현역인 최형우 김경인 김록영 의원에게 연락, 방청석에 대기토록 조치.
세 의원으로부터의 증언청취 여부로 하오 늦게까지 회의가 정회되는 동안 송원영·한영수 의원은 최형우·김록영 의원에게『당신은 왜 거짓말을 폭로해서 시끄럽게 하느냐』고 농담을 건넸고 두 사람은『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르겠다』면서 씁쓸한 웃음.

<투표부정보다「선심」추궁>
국민투표 문제는 투표부정 문제보다 선심공세 등에「액센트」가 주어졌다.
내무위에서 김수한 의원(신민)은 투표기간 중 농구화 돌리기, 밀가루 뿌리기, 반장에게 돈 나눠주기, 불우이웃 돕기 등 선심공세가 많았다고 열거.
그에 따르면 어떤 지역에선 극장·이발소·목욕탕 등이 할인하다가 투표 끝나기가 무섭게 할인 제를 없앴다는 것.
김창환 의원(신민)은 조병규 경기지사가 수원과 인천에서 상공업자들에게 주연을 베풀었으며 천안에서 시장·서장 참석 리에 유신옹호 결의를 했었다고 예시.

<"「공명」위해 몸부림 쳤다">
박경원 내무부장관은『공명투표 위해 몸부림쳤다』고 했고, 황산덕 법무부장관은『신민당 의원간에도 공정하고 평온한 투표였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고 답변.
그러자 김명윤 의원(신민)은『신민당 안에 어떤 미친 사람이 그런 얘기를 했느냐』고 추궁.
재무위와 농수산위에서도 야당의원들이 투표기간중의 공무원 출장을 따졌는데 장관들은『농한기 사업확인』,『일상업무』라는 등 둘러대기 답변으로 빠져나갔다.

<"취로사업이 국민투표와 무관타는 알리바이 성립">
국민투표를 전후한 취로사업도 공격항목의 하나.
경과위에서 고흥문 의원은 취로사업 명목으로 7백억 원이 국민투표 자금으로 사용됐다고 지적했고 ,재무위에서 이충환 의원은 1,2윌 중에 1천5백 여 억원의 예산이 살포됐다고 주장.
남덕우 기획원장관은『취로사업이 국민투표와 상관없다는「알리바이」가 성립된다』면서 사업비가 지난해 예산심의 때 책정된 점을 설명. 그러면서 남 장관은 지난해에 국민투표를 예상했던 사람이 있느냐고 반문.
내무위에서 김창환 의원(신민)은 국민투표기간 중 전국 3만6천 부락마다 무조건 50만원씩 배정해서 취로대상이 없는 어느 부락에서는 가가호호 나눠 썼다고 주장했으며, 김윤덕 의원은 무모한 취로사업에 대해 보사장관이 책임을 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언론문제를 다룬 문공위에서는 신도환 의원(신민)이「문공장관의 인책」,채문식 의원(신민)이「문공부의 직무유기」를 추궁.
최성석 의원(신민)은『장관은 국회에 나와서까지 시원한 대답 한마디 못하고 남의 집 제사 보듯 한다』며 장관직을 건 수습을 촉구했다.
이원경 장관은 광고해약 문제에 대해서는『신문사와 광고주간의 업무행위』, 집단해직사건에 대해서는『고용주와 피고용인간의 내부문제』란 답변을 연발.
장관의 인책용의를 물고 나오자 이 장관은『장관자리에 미련을 갖고 있지 않으며 작금의 언론사태와 관련이 있다면 벌써 물러났을 것』이라고 답변을 하여 자신과 언론사태와는 직접적인 연 관이 없음을 강조했다.

<김씨 사건내용 묻자 어물어물>
야당의원의 대 정부 공격을 여당 의원들이 방어하고 나서는 일은 이번 상위에서도 속발 했다.
14일 외무위에서 오세응 의원(신민)이 김대중씨 납치사건과 관련된 김동운 서기관의 인사기록「카드」를 제출하라고 요구하자 문태준 의원(공화)은『원본제출은 곤란하지 않느냐』고 나섰고, 오유방 의원(공화)은 『그 문제는 여러 차례 답변했고 결론도 난 것인데 일본에서 떠든다고 재론하는 것은 곤란하지 않느냐』고 계속해서 정부를 옹호.
오세응 의원이『결론이 나면 어디 그 내용 좀 설명을 해 보라』고 대들자 오유방 의원은 어물어물.
보사위에선 한건수 의원(신민)이 8대 의원들의 고문사실을 들춰내자 길전식 의원(공화)이『여보, 여기는 보사위요』라고 야유를 했고, 이에 한의원은『국민총화를 얘기하자니 나온 말』이라면서『남의 말 안 듣는 것도 비 민주주의』라고 공박.
법사위에서는 황산덕 법무장관을 붙들고 끈질긴 질문공세를 펴고 있는 김명윤 의원(신민) 에 대해 한태연 의원(유정)이『점심을 먹읍시다. 『점심을…』라고 말을 서너 번이나 계속해 은근히 가로막았고-. <정치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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