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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질 싹 바꿔 '3대 허들' 넘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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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화된 경영환경 속에서도 국내 대표기업들이 미래 먹거리에 대한 연구개발(R&D) 투자에 나서고 있다. 포스코의 전남 광양 자동차 강판연구소에 전시된 자동차 모형. 포스코가 만든 초고강도 강판은 차체 무게를 10% 줄여 연료비를 3~7% 줄여준다. [사진 포스코]

“한국 경제가 저성장 함정, 신 샌드위치 위기, 주체들간 대립 프레임이란 3대 허들(장애물)에 직면해 있다.”

 최근 ‘한국경제의 3대 허들과 5대 대응과제’ 보고서를 낸 대한상공회의소의 경고다. 실제 1980년대 8.6%에 달했던 한국의 잠재성장률은 90년대 6.4%, 2000년대 4.5%, 그리고 2010년대 3.6%로 빠르게 떨어지고 있다. 특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4년 후 2.4%, 17년 후 1%로 떨어져 미국·유럽·일본 등 선진국을 밑돌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우리나라 국내 제조업 경영환경은 통상임금 범위 확대와 화학물질 등록 의무 같은 노동·환경분야 규제 신설로 악화하고 있다. 반면 선진국은 제조업 부흥에 힘쓰고 있다. 미국은 셰일가스·3D프린터 혁명, 기업 유턴 지원책 등 구체적인 산업·기업 지원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수출경쟁력 강화와 거시경제 활성화를 위한 엔저와 양적완화 정책, 유럽연합(EU)도 신산업정책 등을 시행하고 있다. 신흥국의 추격도 무섭다. 중국은 고급두뇌 유치, 해외기업 인수합병(M&A), 미래기술에 대한 연구개발(R&D) 투자 등을 통한 선진기술 따라잡기와 산업구조 고도화를 추진 중이다. 중동과 아세안(ASEAN) 역시 자원과 노동의 고부가가치화를 위한 대규모 시설투자를 진행 중이다.

 대한상의는 이런 장애물을 극복할 5대 대응과제로 ▶경제사회 패러다임 선진화 ▶기업의 근원적 경쟁력 강화 ▶취약부문 육성 ▶미래위험과 기회에 선제적 대응 ▶사회구성원 간 파트너십 구축을 제시했다.

 한국 경제를 이끄는 대표 기업들도 현재가 위기상황이라는 것을 잘 인식하고 있다. 대비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절박함으로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R&D에 대규모로 투자하고, 미래 먹거리를 발굴하고 있다. 삼성그룹은 올해 총 50조원이 넘는 투자를 통해 혁신에 나선다. 투자의 상당 부분은 바이오·제약, 의료기기, 발광다이오드(LED), 태양전지, 자동차용 전지 등 신수종 5대 사업에 쏟아 붙는다. 이건희 회장이 2006년 언급한 ‘마하경영’을 토대로 올해 경영전략을 수립하고 있다. 마하경영은 비행기가 음속인 1마하를 돌파하려면 엔진·기체·부품을 모두 새롭게 설계해야 하는 것처럼, 새로운 도약을 위해선 특정 분야가 아닌 전사적인 혁신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특히 지난해 6월 경기도 수원 디지털시티에 문을 연 삼성전자 ‘모바일연구소(R5)’는 그간 이곳저곳에 흩어져 있던 휴대폰 분야 R&D 인력 1만명이 입주해 차세대 모바일기기 개발 업무를 진행하고 있다. 또 서울 우면동에는 2015년 5월 완공을 목표로 첨단 R&D센터를 짓고 있다. 연면적 33만㎡의 이 센터가 완공되면, 디자인·소프트웨어(SW) 인력 1만여 명이 근무하게 될 전망이다.

 현대차그룹의 신성장동력은 ‘그린 카’와 ‘스마트 카’다. 수소와 산소의 반응을 통해 전기를 생산하는 연료전지로 구동하는 ‘수소연료 전지차’의 기술력은 세계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다. 현대차 독자기술로 개발한 투싼ix 수소연료전지차는 지난해 2월부터 세계 최초 양산에 들어갔다. 덴마크와 스웨덴에선 정부 기관을 중심으로 판매하기 시작했고, 올해부터 미국에서도 판매에 돌입한다. 자동차에 정보통신(IT)을 적용하는 작업도 계속하고 있다. 원격으로 전기차 충전 관련 설정이 가능한 서비스를 최근 선보였고, 스마트폰과 차량 내비게이션을 연동하는 등 다양한 스마트 카 시스템을 연구 중이다. 경기도 의왕에 있는 중앙연구소에서 지능형 안전 시스템, 로봇 매커니즘의 차량 응용 연구 등 차세대 성장동력 연구를 집중적으로 하고 있다.

 LG그룹 역시 차세대 성장동력 발굴에 명운을 걸고 있다. 그중 하나가 태양광이다. 그룹의 3대 축인 전자·화학·통신의 핵심 역량을 한 데 모아 시너지를 창출하고, 부가가치를 극대화하겠다는 전략이다. 다음달 LG디스플레이 파주사업장을 시작으로 연말까지 LG그룹의 주요 사업장 19곳 지붕에 총 19㎿의 태양광 발전소를 설치할 예정이다. 에너지 솔루션 사업과 전기차 사업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SK는 수출효자 SK하이닉스와 SK에너지, SK텔레콤 등 각 계열사별로 신성장 동력 발굴에 힘을 쏟고 있다. SK텔레콤은 헬스케어·클라우드·빅데이터 등을 미래 먹거리로 잡고 투자를 계속하고 있다. 미래융합사업에는 2015년까지 1조2000억원을 투자한다. 포스코는 올해 철강 경쟁력 강화에 치중한다. 기술경쟁력을 기반으로 고부가가치 제품을 만들고, 이를 통해 수익성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지난해 12월 인도네시아에서 동남아시아 최초의 일관제철소도 준공했다. 상반기 포항제철소에 포스코의 대표기술인 파이넥스 3공장도 준공한다. 연산 200만t 규모다.

 효성은 지난해 세계 최초로 고분자 신소재인 폴리케톤을 개발한 데 이어, 국내 기업 최초로 자체 기술로 탄소섬유 개발 및 양산에 성공하는 등 신소재 분야에 사활을 걸고 있다. KT는 정보통신기술(ICT)과 자동차의 융합을 차세대 성장동력 중 하나로 보고, 차량용 콘텐트 사업을 강화할 예정이다. 에너지 솔루션도 사업 추진에 속도를 내는 중이다.

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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