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오피니언 분수대

군사·체력 중심 육사 성적 평가 … 우리 굳센 여생도에게 불리하지 않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1면

김회룡
김회룡 기자 중앙일보 차장
양선희
양선희 기자 중앙일보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중국 전국시대 후기, 진(秦)나라와 ‘맞짱’을 뜰 만한 상대는 조(趙)나라였다. 군주는 신통찮았지만 신하 경쟁력이 막강했다. 염파(廉頗)·조사(趙奢)·이목(李牧)·인상여(藺相如) 등 지금도 수시로 명장과 명재상에 인용되는 이들이 조나라 신하였다. 막강 진나라도 이들 때문에 고전했다. 그러다 두 나라의 군사적 균형은 장평전투에서 깨진다. 조나라 대장군 조괄(趙括) 때문이다.

 ‘탁상공론(卓上空論)’ 고사의 주인공 조괄은 명장 조사의 아들이다. 병법에 해박해 백전노장 아버지도 말로는 못 당했을 만큼 ‘공부 잘하고 똑똑한’ 인물이었다. 장평에서 염파에게 고전하던 진나라는 이 똘똘한 ‘탁상공론 대마왕’을 주목했다. ‘진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조괄이 대장군이 되는 것’이라는 소문을 흘렸고, 소문에 홀린 조나라 왕은 백성들의 환호 속에 조괄을 대장군에 임명했다. 이에 조괄의 어머니는 “남편이 평소 이 아이가 장군이 되면 조나라는 망할 것이라고 했다”며 강력 반대했으나 소용없었다. 결국 전장에 나간 조괄의 오판으로 본인도 죽고 40만 병사까지 생매장되면서 조나라는 회복할 수 없는 병력 공백이 생겼다. 원래 해박하고 입으로 똑똑한 자들이 전쟁을 망친 사례는 많다. 위촉오 삼국시대 제갈량의 1차 북벌을 망친 것도 병법에 해박하고 수재로 이름 날리던 ‘제갈량 키드’ 마속이었다.

 요즘 육군사관학교가 성적 평가 기준을 바꾼 것을 놓고 시끄럽다. 일반 학과목 비중을 74%에서 42%로 줄이고, 군사학 및 군사훈련, 체력, 훈육 비중을 높인단다. 이에 ‘여생도의 수석 졸업이 이어지자 여생도를 견제하려는 의도’라는 비판이 쏟아진다. 공사에서 2등 남생도에게 대통령상을 주려 했던 시도, 학군사관후보생(ROTC) 군사훈련 평가에서 여대가 잇따라 1위를 한 직후 대학별 순위를 폐지하는 등 군이 ‘성차별적 조치’에 나섰다는 지적도 나온다. 솔직히 그런 측면도 있어 보인다.

 한데 바뀐 육사 평가 기준이 잘못된 방향으로 보이진 않는다. 군사교육의 목적이 해박하고 공부 잘하는 군인을 기르는 것이어선 안 된다는 점에서 그렇다. 우리 국방에 필요한 인재는 전쟁에서 이기는 군인, 강한 체력·정신력과 군사적 능력을 가진 군인이다. 민간과 군대의 인재 기준은 다르므로 민간의 기준을 들이대고 따지는 건 무모하다. 생도들의 일탈로 걱정을 사온 육사가 제대로 된 군인 교육을 위해 마련한 방안이라는데 일단 믿어줄 필요도 있다. 물론 육사도 남성이 헤게모니를 장악하려는 ‘찌질한’ 의도는 아님을 증명해야 할 거다. 남녀 체력의 차이를 인정하고 평가하리라 믿는다. 기본적으로 나는 여생도들의 경쟁력을 믿는다. 그동안 여성들은 어떤 분야에서든 온갖 악조건 속에서도 약진해 왔으므로.

글=양선희 논설위원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 [분수대]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