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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로 기우는 우크라이나 … 중국이 불안한 까닭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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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러시아와 유럽연합(EU)의 줄다리기에서 시작된 우크라이나 사태가 중국에까지 불똥이 튀었다. EU와 미국 대 러시아와 중국의 힘겨루기로 확대될 태세다.

 중국이 우크라이나 사태에 얽힌 건 무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는 소련 군수산업의 35%를 차지할 정도로 군사 강국이다. 그 최대 소비자가 바로 중국이다. 30여 가지 군사기술이 중국에 제공됐다. 우크라이나의 항공모함을 중국이 도입해 개조한 것이 지난해 실전 배치한 랴오닝함이다. 중국의 이지스함으로 알려진 ‘052D’형 구축함의 터빈엔진 ‘DN/DA-80’, 주력 전차의 엔진 ‘6TD-2E’, 훈련기 엔진 ‘AI-222’가 모두 우크라이나 기술로 제작됐다.

 중국에 파견된 우크라이나 출신 군사기술 전문가도 수만 명으로 알려진다. “우크라이나가 없으면 중국의 군사적 성취도 없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다. 캐나다 군사전문지 ‘칸와디펜스리뷰’는 “우크라이나 군사기술이 대거 도입되면서 중국 무기의 엔진 능력이 대약진을 이뤘다”고 보도했다.

 우크라이나는 중국이 핵우산을 제공하는 유일한 나라이기도 하다. 중국의 핵우산은 북한도 제공받지 못했다. 중국-우크라이나 관계가 긴밀하다는 방증이다. 지난해 12월 빅토르 야누코비치 전 대통령은 베이징을 방문해 100억 달러 상당의 경제협력과 핵우산을 제공받았다.

 우크라이나의 정세 변화에 중국이 예민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24일 열린 중국 외교부 정례브리핑에서도 우크라이나 사태가 거론됐다. 23일 알렉산더 투르치노프 우크라이나 대통령 권한대행이 “EU에 가입하겠다”고 밝힌 데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이었다. 화춘잉(華春瑩) 대변인은 “중국은 우크라이나 내정에 간섭하지 않는다”면서도 “평등호혜의 기초 위에서 우크라이나와 전략적 동반자 관계가 계속 발전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중국의 고민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우크라이나의 EU 가입은 중국에 중대한 문제다. 1989년 천안문 사태 이후 EU가 대중국 무기 금수조치를 풀지 않았기 때문이다. 중국의 주요 무기공급 루트가 차단될 수 있다는 얘기다. 친(親)EU로 기울어진 현재의 우크라이나 상황이 달갑지 않을 수밖에 없다. 홍콩 ‘명보’는 25일 우크라이나 사태가 다음 달 말 예정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유럽 순방에 장애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미 백악관의 제이 카니 대변인은 24일 야누코비치 대통령의 실각을 확인하며 “우크라이나가 연립정부를 구성해 조기 대선을 치러야 한다”고 밝혔다. EU도 지난해 무산된 경제협력 논의를 재개하고 대규모 금융 지원을 준비하고 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권력교체를 강하게 비판했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총리는 24일 현재의 상황을 “무장 반란의 결과”라고 비난했다. 우크라이나의 권력 교체를 인정한 EU에 대해서도 격하게 비판했다. “정신착란”이라는 표현까지 사용했다.

 정작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침묵을 지키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푸틴이 우크라이나에서 손해를 봤지만 러시아가 이용할 수 있는 지렛대는 있다”고 보도했다. 역설적이게도 지난 주말 석방된 친(親)서방 율리야 티모셴코 전 총리가 그중 하나다. 티모셴코가 재임 당시 러시아와 관계가 좋았기 때문이다. 5월 대선을 노리는 티모셴코 입장에서도 친러 성향인 동부의 표심을 얻으려면 러시아를 이용해야 한다. 게다가 러시아는 중국의 암묵적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아직 큰 움직임이 없지만 상황이 어려워지면 중국도 가만있지 않을 게 분명하다. 미국과 EU의 우크라이나 끌어안기가 쉽지 않은 이유다. 

신경진·홍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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