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워크아웃, 팬택의 눈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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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국내 3위 휴대전화 제조업체인 팬택이 또다시 운명의 갈림길에 서게 됐다. 팬택은 25일 “KDB산업은행·우리은행 등 채권단에 공식적으로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 신청서를 냈다”며 “재무 건전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고 중장기적 생존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워크아웃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2011년 12월 1차 워크아웃을 졸업한 지 약 2년2개월 만이다. 오뚝이처럼 잇따른 좌절을 딛고 위기를 극복한 DNA가 있는 회사인 까닭에 이번 시련도 이겨낼 수 있을지 안팎의 관심이 쏠린다.

 팬택은 2007년 4월부터 약 5년간 워크아웃 상태였으나, 20분기 연속 흑자에 힘입어 2011년 12월 졸업한 바 있다. 당시 워크아웃 졸업에는 2011년 스마트폰 ‘베가’ 출시 이후 실적 개선에 성공한 덕이 컸다.

  그러나 이번엔 이전보다 상황이 더 녹록지 않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무엇보다 스마트폰 업황의 악화 조짐이 심상치 않다. 사실 팬택은 2012년 3분기부터 지난해 4분기까지 6분기 연속 영업적자 상태였다. 채권단은 현재 팬택의 연간 영업손실액(지난해 기준)을 3000억원 정도로 추정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박병엽 부회장이 직접 나서 퀄컴으로부터 2300만 달러(약 245억원), 같은 해 5월에는 삼성전자에서 530억원의 자본을 유치했지만, 이후에는 이렇다 할 투자유치를 이끌어내지 못했다. 게다가 지난해 9월 ‘팬택 신화’를 이끌었던 창업주 박병엽 전 부회장까지 회사를 떠났다. 팬택의 미래에 대해선 낙관론과 비관론이 엇갈리고 있다.

 가장 희망적인 시나리오 중 하나는 쌍용자동차 케이스처럼 해외 기업·자본에 팔려 회사를 추스른 뒤 반전의 기회를 모색하는 것이다. 실제로 현재 중국과 중동계 자본 등이 팬택 인수에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승혁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문인식 등 기술력 측면에서 충분히 글로벌 스마트폰 업체들과 경쟁할 수 있다”며 “다만 시장에서 브랜드 싸움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서는 국내외 업체들의 투자를 받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부정적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2~3년 전과 달리 지금은 중국업체들의 기술력이 향상돼 더 이상 팬택에 관심을 가질 업체가 많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회생의 관건이 될 채권단 지원 여부 역시 현재로선 불투명하다. 채권단 관계자는 “팬택은 많은 적자를 기록하고 있어 현재 상태에선 금융기관에서 더 이상 자금을 지원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도 팬택은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다. 팬택 관계자는 “지난해 4분기 적자 폭을 대폭 줄였으며 올해 1월에는 흑자가 발생했다”며 “워크아웃을 통해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낼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김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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